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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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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래로 표피만을 바꾸어 가면서 단 한 번도 이 나라의 권력을 놓아본 적이 없는, 저 앙시엥 레짐의 견고함이 아니다.

진보를, 변혁을 꿈꾸는 이들의 가장 큰 절망은 '적의 강대함'에서 비롯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코 사악하지도 않고 그다지 야비하지도 않은, 바로 나 자신과 별로 다를 바도 없는-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나보다 나은 미덕을 갖고 있기도 한- 주변의 친구들, 연인들, 지인들의 '무관심함'에서 시작된다.

평소에 인간 관계 관리를 잘해뒀다거나, 스스로의 인망이 두터운 편이라서 사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주변 사람들을 설득해 관심을 갖게 하고, 투표장으로 향하게끔 하는데는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또 다른 함정이 있다. '반 이명박, 반 한나라당'이라는 기치 자체는 옳을 수 있되, 그것이 '정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간에도 도저히 메워지기 힘든 거대한 간극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분열을 낳는 '다름'이야말로 역설적으로 민주주의의 대전제라는 것.

'맞서 싸워야 할 적'은 명확하되, 그 반대항은 너무나도 희미하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떻게든 첫번째 절망을 넘어선 이들을 기다리는, 가장 커다란 절망이다.


..........

재작년 여름 무렵만 해도 나와 뜻을 같이 하던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제는 더 이상 신경쓰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을 비난할 수 없다. 희망 없이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는 나도 알고 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끝까지 저항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래도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 패배할 것이다. ...아마도.

난 그것이 두렵지 않다.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충분한 것일까?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