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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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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가들의 가장 혁명적인 임무는 글을 잘 쓰는데 있고, 이상적인 소설이란 그 소설 속에 담긴 정치, 사회적인 내용이 아니라 현실 속으로 독자들을 침투,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을 통해서 독자들을 감동시키는 데에 있다." -가브리엘 마르케스

다음 주 중으로 완성해야 할 단편 구성 짜던 중 떠올라 몇 자 적는다.

이번 소설은 애초부터 현실의 구체적인 대상을 비판한다는 명확한 목적 의식 하에 쓰여지는 알레고리다. 그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예술가도 여전히 인간이며, 인간이 인간인 이상 자신을 둘러 싼 사회나 문화와 같은 큰 틀에 속해 있을 수 밖에 없다. 예술가, 그 중에서도 특히 소설가의 본령은 허위를 통하여 역설적으로 단편적 현실을 벗어나 총체적인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현실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번 소설의 주제는 대단히 단순한 것이며,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A4지 10매를 약간 넘는 분량으로 그칠 단편이다. 이런 짧은 분량 속에서 단순한 서사 구조가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확고한-다소 단순화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기반 위에서 뜨겁고 강렬한 문장으로 쓰여지거나, 아니면 아예 정 반대 방향에서 접근해 작품 내의 대상물과 그것이 풍자하고자 하는 현실의 대상물을 1대 1로 단순 대입하는 낮은 차원에서의 은유를 벗어나 독자가 텍스트 내에서 스스로 다양한 의미망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처음 이번 소설을 구상할 때에는 '적어도 이 책을 사 읽을 만한 독자라면 누구나 다 알 만한 뻔한 이야기를 당연하게 한다'라는, 이 소설의 벗어나기 힘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작품 내에서 보다 구체적인 서사적 장치를 여럿 심어둘 생각이었다. 하지만 단편으로는 그런 떡밥들을 모두 안고 갈 수 없다. 그것들을 전부 소화하려면 최소한 중편 분량은 되야만 한다. 분량에 걸맞는 서사 형태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자잘한 잔가지들 없이, 그저 자신히 하고자 하는 단순한 이야기를 쉽고 명료하게 잘 전달할 수 있는 것도 물론 작가가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재능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재능은 없는 듯 하다. 항상 너무 많은 것을 고려하고, 지나치게 앞서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런 대로,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살릴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해도, 항상 생각이 너무 많다는 내 약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강해야 할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시간과 더불어 나의 지혜가 보다 더 성숙해지고, 그를 작품 내에서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시기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종류의 소설이라는 예감이 든다.

PS=집 근처 도서관에 흡연실이 없어져 버렸다. 아오 샹......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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