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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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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까지 읽고 반납해야 할 책이 1권 있지만 기왕 잉여짓한 김에 몇 자 더.

세션에서 알게 된 모 님 블로그에서 캠페인 계획 메모를 봤다.

모든 NPC를 통틀어 '진짜 캐악당'이 없으며, 두들겨 패고 돈 뺏을 수는 있어도 살인까지는 꺼린다거나 자신과 직접 관계가 없더라도 죽어 가는 사람을 보면 도와 주려고 하는 등 최소한의 개념과 양심은 있다. 그런 게 없더라도 나름 절실하게 추구해야만 하는 이상이나 욕구가 있다. 하지만 나름의 원칙이 있고 관심사가 개인의 속물적 영달에 그치지 않은 채 진지하게 무언가를 바꿔 보려고 하기에 그들의 이상과 원칙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긴다는 컨셉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대뜸 '이거 하신다면 참가 요망요!'하려다가 관뒀다, 쩝-_-

그 모 님은 느슨한 합의제에 의해 캠페인을 운영하며, 나 역시도 합의제로 플레이 뛰는 쪽이 훨씬 더 적성에 맞는다.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난 그 '적성'을 발견한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으며, 합의제 캠페인을 뛰는 플레이어의 가장 기본적인 마인드인 '설정이 오픈된 상태에서 스스로 마스터에 준하는 수준의 적극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상황을 부단히 만들어 간다'는 것에 별로 익숙하지 못하다. 그를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나도 TRPG를 한두 해 해본 게 아니고, 캐릭터의 관점에만 매몰되지 않은 채 보다 넓은 시야로 흐름을 캐치하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감각은 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창의적으로 떡밥을 떨구고, 다른 참가자들이 떨어뜨린 떡밥을 발전시켜 나가기에는 부족하다. 이 상태에서 기본적인 컨셉이 마음에 든다고 덥석 참가했다는 나 자신도 불만족스럽고 다른 참가자들도 시시해질 가능성이 높다. 난 기본적으로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한 스텝 한 스텝 실행에 옮기는 성격이지 빠르고 즉흥적으로 떡밥을 창조하고 그를 키우는 성격은 아니기도 하다. 사실 내 성격은 소설 쓰는 데는 좋을 망정 RPG하기에 좋은 성격은 아니다(...)

물론 성격과는 별도로 경험과 노력에 의해 발전시킬 수 있는 문제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게임 외적인 문제다. 게임 내의 시나리오 조율 같은 문제로 다른 참가자들과 대화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그건 외적인 성격의 것이며, 그걸 신경써 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 만큼 그 분과 개인적으로 친하거나 하지는 않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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