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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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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겉보기에, 그 사람은 상당한 미인이다. 큰 키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새카만 흑발, 가늘지만 진한 눈썹, 큰 눈에 반듯한 이목구비. 단 한번만 만나봐도 강하게 인상에 남는 카리스마.

내가 그 사람에게서 받은 인상은 상당히 열정적이고 삶에 적극적인,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새로 공부를 시작해 서른의 나이로 서울대 대학원 미학과에 합격했다. 나는 학벌에 대한 환상이나 편견은 없는 편이지만, 그건 보통 각오와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

별로 자주 만날 기회가 없어서-편하게 한번 보자고 불러낼 수 있을 정도로 친하지도 않고-, 지금까지 간접적으로나마 그 사람을 관찰하며 얻은 결론 역시 처음의 인상과 그다지 다르진 않다. 매력적이고, 지식욕과 호기심이 강하고, 삶에 적극적이고, 늘 당당하며, 스스로를 가꾸는 데도 게으르지 않은. 그 사람의 이미지는 그러하다. "Velvet fire". 내가 그 사람에게 호감을 갖고,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이유는 그러한 열정과 성실함 때문이다.

물론 사람이 잘난 면만 갖고 있지는 않은 법이고, 그 사람에게서 감지한 '부정적으로 보일 만한' 일면도 있긴 하다. 일단 겉으로 드러난 것만 봐도 그 사람은 꽤나 인상이 강렬한 미인이고... 모르긴 몰라도 남자들에게 작업도 숱하게 받아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종류의 매력은 동성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만한 성격의 것이고. 물론 그 사람은 악인은 아니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주변 사람들의 호의를 사는 것, 그리고 지나치지 않은 선에서 그걸 적절히 이용하는데도 익숙할 것으로 보인다.

그 사람을 아는 어떤 다른 사람이 좀 뻔뻔한 것 아니냐고 불평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객관적으로 봐서 그 불평은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나도 그 사람이 물질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어느 정도 타산적인 면-물론 세련된 예의와 매력적인 웃음으로 잘 포장된-이 있다는 건 느낀다. 물론 보기에 따라선 그 사람의 다른 장점들을 전부 깎아먹을 최악의 단점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사람이 이익에 따라 상대를 이용하며 갖고 놀거나 하는 악인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내게 있어선 그 사람과 가깝게 지내며 배울 만한 점이 그런 단점을 충분히 상쇄하고 남는다.

'Velvet fire'란 이미지가 그 사람의 개인적인 것이라면, 사회적인 그 사람의 이미지는 '조심해서 대해야 할, 그러나 신뢰할 수 있는 사업 파트너'라는 느낌이다. 유능하고 성실하며, 왠만해서는 배반하지도 배반당하지도 않을 만한- 적으로 돌렸다간 큰 일 날 만한 사람.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서 갖고 있는 호감은, 연애감정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확실히 여러 면에서 대단히 매력적인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세상 남자들이 다 오오 여왕님 오오하며 추종해야할 이유는 없다(피식). 무엇보다도 나 역시도 지금까지 결코 쉽지 않게 살아오며 나름의 '강함'을 쌓아올린, 그리고 거기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난 사람보는 눈은 제법 있다고 자부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틀릴 수 있고, 실패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잘못된 것이라고 해도, 아마 난 딱히 크게 실망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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