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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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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몸이 안 좋아 뻗어 버리는 바람에 조이SF 페스티발 참가 계획이 불발됐다. 어제 저녁 때 아는 형들과 약속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나갔다가, 어제 심야로 닭나를 신촌 아이맥스에서 다시 봤다.

*아이맥스로 보니 느낌이 확 다르다. 고담 시의 전경을 부감으로 비추는 장면들이 꽤 많은데, 공간감과 깊이감이 일반 상영관에서 봤을 때와는 비교를 불허한다, ㅎㄷㄷ.

*두번 째로 보니 처음 봤을 때는 놓친 것들이 꽤나 많이 눈에 들어왔다. 하비 덴트가 처음 고든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내사과 시절의 별명을 언급하는 것이라거나, 지하 도로 카 체이스 이후 하비 덴트가 '구출'되는 장면에서 옆에 있던 경찰이 짓던 미묘한 표정 등. 인물들의 감정선도 보다 더 잘 이해된다.

*조커에 대한 느낌은 바뀌지 않았다. 설정 상으로는 분명 모든 걸 유희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순수한 카오스인데... 그렇게 느끼기엔, 히스 레저의 연기는 너무 진지하고 무거웠다.

*조커 최고의 명대사는 역시 이거다. "I believe... whatever doesn't kill you simply makes you stranger."

원래 이 대사는 "널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널 더 강하게 만든다"로 보통 해석되는 유명한 경구로(니체가 한 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조커의 대사는 이 경구에서 '더 강하게(stronger)'를 '더 이상하게(stranger)'로 살짝 바꿔서 "난 믿어, 널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널 더 이상하게 만든다는 걸."이라고 한 것이다.

*인물들 중에서는 제임스 고든에게 가장 강하게 감정이입했다. 그는 고담 시경에서 유일하게 청렴한 경찰이지만, 동시에 워낙 현실이 시궁창인 것+여러 명의 부하 형사들을 관리해야 하는 자기 입장 상의 난처함에 지친 나머지 동료들의 부패나 비리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한-내지는 가능한 덮어주고 믿어보려 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 때문에 고든은 정의감에 불타고 흑백이 명확한 하비 덴트도 불신했다. 그러나 고든의 그러한 태도는 하비 덴트가 투페이스로 바뀌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가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며, 그리고 배트맨이 음지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을 자책하며 배트맨 호출 신호등을 스스로 깨 버리는 장면에서는... 좀 가슴이 아팠다.

*메기 질렌할을 보면서 한 친구가 생각났다. 약간 불안해 보이고, 조심스러워 보이고, 그러면서도 온화함을 잃지 않는... 세파에 꺾이지 않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친구다. 부디, 그 친구가 레이첼과 같은 운명에 처하지 않기를 바란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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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닭나 조커에 대한 '그럴싸한' 프로필.
http://dvdprime.connect.kr/bbs/view.asp?major=MD&minor=D1&master_id=22&bbsfword_id=&master_sel=&fword_sel=&SortMethod=0&SearchCondition=0&SearchConditionTxt=&bbslist_id=1366250&page=2

닭나 조커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캐악당이라는 생각은 변함 없지만... 나름 그럴 듯하고, 뭣보다 재미있길래 슥슥. 재미있다는 건 중요한 거다,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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