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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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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환상문학 웹진 거울 http://mirror.pe.kr 에서 주최한 합평회에 참가했을 때 ida님을 뵌 첫 인상은 '매사에 약간 나른해 보이는, 시크한 인상의 여성분'이었다. 그 때 나는, 적어도 내가 아는 국내 SF작가들 중에선 가장 괄목할 만한 가능성을 가진 이를 눈 앞에 두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서 얼마 뒤, 거울에서 <종의 기원>을 읽었다(당시에는 <회색 도시>라는 제목이었다). 생물과 무생물을 가르는 기준이 완전히 뒤바뀐, 인간은 이미 전설 속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잊혀진 존재가 되었고 대신 자아와 이성을 가진 로봇들이 지배하는 회색의 세계. 강철의 몸을 지니고서, 그를 부식시키는 H2O와  O2를 치명적인 유해물질로 인식하는 로봇들의 세계 속에서 부활하는 '식물'. 단순한 뒤집어 보기 이상의 함의가 담긴 풍부한 성찰.

"신은 우리를 위해 그 생물을 지상에서 없애버리셨어. 무엇 때문에 그들을 다시 되살려 내야 하는 거지? 물을 먹고 산소를 뿜어내는 생물이라니. 이건 악몽일세. 이곳은 완전히 오염되어 버렸네. 이 건물은 독성물질로 가득 차 있어... (중략)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생명의 영역에 광폭한 호기심을 드러내는 것이 과연 잘하는 짓일까? 우리는 시작해서는 안 되는 일을 시작해 버린 것이 아닐까?"
-<종의 기원> 中  

이 중편 하나로, ida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SF작가들 중 하나의 반열에 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발표된 다른 작품들을 읽으며, 난 내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이 책은 이미 몇 해 전에 e북의 형태로 출판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군대를 갓 제대한 참이었던 나는 구매 시기를 놓쳤고, 아까워 하면서도 거의 잊어 버리고 있다가 종이책으로 다시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다(게다가 이번엔 전량 사인본인데다,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와 코멘터리가 추가되어 있다). 이미 갖고 있는 책에 실린 작품들과 수록작이 상당 부분 겹침에도 불구하고 이 번에 이 책을 구매하려고 하는 이유는, 이 정도 자질을 가진 작가가 일상에 쫓기는 걸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의 SF 저변은 턱없이 좁고, 나를 비롯한 소수의 팬들 몇몇이 산다고 해서 그 분의 사정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일말의 도움은 줄 수 있다.

개인적으로 ida님과 이렇다 할 친분은 없고, 오히려 '대충 지인'에 가까운 편이다. 그러나 그와 별도로 ida님의 작품은 대단한 매력을 갖고 있으며, 장르 소설 작가를 목표로 하는 학생 입장에서 이것은 합리적인 투자이기도 하다.

  http://mirror.pe.kr/zboard/zboard.php?id=bookstor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2

이곳에서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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