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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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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국에서는 드립따 안 팔리는 장르인 SF, 그 중에서도 사이버펑크를 상업 영화에서 시도했다는 것에서 일단 점수를 주고 싶다. 사이버펑크 특유의 뿌옇게 흐린 하늘, 비가 쏟아지는 무국적적이고 퇴폐적인 밤거리, 폐허와 네온사인이 공존하는 풍경, 무너진 채 방치된 대도시의 풍광 등의 미장센은 이미 익숙하지만 여전히 특유의 정취가 잘 살아 있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가져 온 미장센이 좀 지나치게 많음. 재주넘으며 총 쏘기, 몸을 기묘한 각도로 뒤틀면서 총알 피하기, 회전하며 그걸 보여주는 카메라 워크 등 이거 개봉하기 얼마 전에 대박쳤던 매트릭스에서 영감을 얻었구나 싶은 액션 씬도 좀 지나치게 많다. 사실 사이버펑크에서 블레이드 러너랑 공각기동대 빼면 남는 거라곤 뉴로맨서 정도겠다... 표절이라고 할 만한 수준도 아니겠다 그거 갖고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은데, 좀 지나치게 많다 그게 음...

 

이야기의 주제, 그리고 도입부 역시도 블레이드 러너와 거의 비슷하다(사이보그의 인간성에 대한 고찰, 짧은 수명을 가진 군용 사이보그가 탈주했다는 내용 등). 여기에 로맨스도 끼워넣고, 예의 군용 사이보그는 초반에 작중의 대 사이보그 전담 특수경찰(MP라고 부름. 주인공이 여기 소속이다. ...어김없는 블레이드 러너)에게 붙잡히는 등 나름 차별화를 꾀한 부분도 보이고 그 외에도 설정 상의 몇몇 소재들은 꽤 괜찮다 싶은 게 여럿 있는데(파괴된 여신상이나, 인간과 사이보그를 막론하고 모든 생명체의 기억과 추억을 삭제하고는 머나먼 우주로 데려간다는 우주선 등. 무엇의 은유인지는 명백하다) 이야기 내에서 그 소재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잘 엮이지 않는다. ‘미래의 한국은 이런 모습이다, ㅈㄴ 황량하지?’ ‘가난한 사람들은 저런 데서 살아’ ‘이제 그런 거 충분히 봤으면 스토리로 돌아갈까?’라고 감독이 계속 옆에서 토를 다는 느낌.

 

후반부에 드러나는 어떠한 반전은 나름 꽤 인상적인 게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짧게 휙 지나가서 별로 반전 같지도 않다. 상황에 몰입하기 어렵게 만드는 어색한 연기와 낭비되는 캐릭터들도 마이너스 요소.

 

 

총평은 5점 만점에 2. SF, 특히 사이버펑크를 엄청나게 좋아한다면 한 번 쯤은 볼 만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블레이드 러너를 한 번 더 보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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