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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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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던 게 잘 안 풀려서 담배 피우러 나갔다가, 맞은 편 집 마당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얼음판을 핥고 있는 걸 봤다. 집에 들어와서, 곰탕 데워놓은 걸 통에 떠다가 뒷 마당에 내다 놨다. 마실 물도 약간.

 

이게 진짜 무의미하고 하찮은 짓인 이유는, 길고양이나 쥐 같은 게 그거 먹는 걸 본 이웃 사람들이 약 넣은 먹이를 뿌려 잡아 죽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길고양이가 공공위생 상 안 좋은 건 사실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누가 그런 짓 했냐고 이야기하다가 내가 했다는 게 드러나 한 소리 들을 수도 있고. 그거야 뭐 죄송합니다 안 그럴게요 한 마디로 대충 무마할 수 있는 일인데... 앞 쪽 경우가 걱정된다. 책임지지도 못할, 얄팍하고 단편적인 진심과 선의는 없는 것만 못하다. 난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아주.

 

...아 시발 그걸 그렇게 잘 아는 데도 얼음판 핥는 모습이 더럽게 눈에 밟히더라, 쯧. 하필 왜 딱 그 타이밍에 눈에 띄어 가지고. 망할 고양이 놈.  

 

잠깐의 변덕이었을 뿐이다. 다음부터는 보이든가 말든가 이런 짓 안 할 거다.

 

+

 

한참 뒤 나가 보니 내놓은 그대로 있었다. 어쩌면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른다. 놔둬봤자 얼어붙어 못 먹게 될 듯해, 다시 가져와서는 아래층에서 키우는 개한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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