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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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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는 사람도 없는 이 블로그를 일기장으로 전용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지... 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내가 남들 앞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이 블로그에 적는 이유는 극히 단순하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벽'은 있는 법이고(그리고 그러한 '벽'이 있어야 할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도 있고) 속에 있는 모든 이야기들을 온전히 꺼내놓기는 힘든 법이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이며,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쌓이다보면 '임계점'을 넘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내가 블로깅을 하며 내 내면을 기록해두고는 있지만, 극히 당연하게도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을 온전히 적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오는 사람도 거의 없는 썰렁하기 그지 없는 블로그라 해도 스스로의 내면을 불특정 다수에게 드러낸다는 행동의 현실적인 위험성 문제도 있거니와... 정말 내밀한 사정은 적지 않거나,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은 굳이 구체화하지 않거나, 자기검열을 거쳐 에둘러 적곤 한다. 추상적이고 막연한 이미지들의 덩어리에 불과한 여러 상념들을 '문자'의 형태로 기록하면서 그를 다시 읽어 보고 있자면 생각을 정리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내가 지나치게 감상적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구질구질한 자기 연민 따위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는 데도 유용하다.


하지만, 이 블로그에 적는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식의 생각, 자기 치장을 하고 싶다는 식의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 이 블로그에 적힌 글들은, 정신적인 의미에서 반쯤 누드로 춤을 추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 걸 통해 누군가에게 좋게 보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렇다면 난 왜 개인 노트나 워드 같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공공에 노출된 블로그에 이런 걸 적고 있는 걸까. 그에 대해서는 몇 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역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론은, 그야말로 벽에 대고라도 속에 쌓인 이야기를 털어놓고자 할 때 필연적으로 따라 오는 '그런데 결국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우울함이나 고독함 대신 '어느 정도는 열려 있는 공간인 블로그에 적으니 난 최소한의 소통은 하고 있다'라는 자기만족을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냉정하게 보자면 이것은 일종의 자기 기만이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자기 기만은 스스로가 받아 들일 수 있는 레벨이다. 


지금까지 의식적으로는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내가 이 블로그를 폐쇄하지 않는 건 그러한 자기 기만이나 모순마저도 나 자신의 것으로 인정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나름 긍정적인 의지가 내 안에 남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이를 통해 소통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터무니 없는 희망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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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일요일 쯤, 혹은 다음 주 오늘 쯤 내가 어떤 느낌을 받고 있을까. 아,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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