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강의는 '자화상'이라거나, '자신이 가장 기뻤던 순간' 등 '자신에 대한 글을 쓰는' 수업이 유달리 많다. 발표 때문에 슬펐던 순간에 대해 쓰고 있었는데....
....어렵다.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결코 가볍지 않은 짐이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의 고통이 가장 견디기 힘든 법이고, 그건 나도 예외가 아니다. 인정한다. 나는 뼛속까지 자기본위적인 인간이라는 걸.
그를 인정하기에.... 나는 내가 살아오며 어떤 일들을 겪어야만 했는지를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기가 힘들다. 비극 따위는 이미 이 세상에 차고 넘치며,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비슷하다. 그것이 나라고 해서 예외가 되지는 않는다. 내가 받아야만 했던 고통은 내게 있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이며 지금의 나를 이룬 근원이지만, 그것은 결코 특별한 게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타인의 고통을 연민하면서도 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삶에 있어서, 고통 받는 것은 너무나도 흔하고 평범한 것이기에. 그리고, 나는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된 인간이기에. 나 자신이 타인의 고통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타인이 나의 고통을 이해해 주기를 바랄 수 없다. 그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물론 다만 자신의 상처 자국을 드러내는 것과 어쩌다 그런 상처가 생겼으며 자신이 그 때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알아달라고 요구하는 건 다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 때의 고통을 되새기며 신음하거나, 대상도 없이 분노하거나, 자기연민에 빠져 탄식하는 일 없이 그걸 그 자체로 평온히 직시할 수 없다.
난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 할 때마다 칭얼거리는 어린애가 된 듯한 느낌을 떨치기 힘들었다. 이제 와서 어떻게 해 보기에는 난 이미 너무 나이가 들어 버렸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블로그에 글을 쓸 때면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좀 더 스스로를 객관화시켜서 이성적으로 돌아 볼 수 있는 느낌도 들고. 남이 아니라, 스스로에 의해 통제 받는다는 느낌은 싫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이런 글을 비공개로 쓰지 않느냐고 자문해 볼 때는 가슴 한 구석이 막혀 온다. 역시... 짐작하고 있는 이유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