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CALENDAR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 CLOUD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별로 생각 없다, 때 되면 하지 않겠냐고 웃어 넘겼다.


난... 결혼 같은 거 하고 싶지 않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연애도 하고 싶지 않다. 난 평범하게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기에는 정서적으로 지나치게 결함이 많다. 


내 안에는 '사려 깊고 다정한 여인이 나를 내 그 숱한 절망과 고통들로부터 구해줬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있고, 동시에 그 욕구가 부당하다는 걸 자각하고 있다. 그런 건 굉장히 힘든 거고, 자신의 삶과 자신의 신산이 있을 상대방에게 그런 걸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 세상의 그 누구도 내게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의무는 없다. 뭣보다 이 나이씩이나 먹고 구원을 바랄 수는 없다.


제대로 된 관계는, 서로 믿고 버팀목이 되야 한다. 하지만 나는 아마도 분명히 내 고통과 절망에만 눌려서 상대의 감정과 입장을 제대로 신경쓰지 못할 것이다. 난 내가 그런 인간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는 반드시 뭔가가 엇갈리게 되고 결국 뒷맛은 결코 좋지 못할 것이다. 정말로 만에 하나, 상대가 그걸 이해해준다고 해도 내 인간불신이 결국 벽이 될 테고.


그렇기에, 나는 혼자 견디며, 혼자 살다가 혼자 죽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렇게 죽은 뒤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고 싶다. 난 그래야만 할 필요가 있다.


몇 년 정도 뒤에는, 그저 '오늘 저녁은 입맛이 없으니 먹지 말자'고 생각할 때와 비슷한 심정으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