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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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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이었다.


비록 비뚤어졌을 망정 여전히 신을 섬기는 입장에서, 어떤 이유로건 자살을 옹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앙인이기 이전에 개인으로서, 지독하게 가슴이 쓰라리다.


불만스러울 때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노동운동에 큰 영향을 미쳐 온 진보 인사로서 지금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그의 부음을 접한 순간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충격이나 슬픔 같은 게 아니라 철저히 정략적인 '일베를 비롯해 극우 계열 벌레놈들이 뭐라고 쓰레기 같은 드립을 쏟아낼지 알만하다' '좌파로서 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은 뭐가 필요할까' 등등의 생각이었다. 나 역시... 슬퍼해야 할 때 슬퍼하거나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는 대신 진영논리에 기반해 적을 꺾기 위한 정략의 일환으로 이슈를 이용하려 드는 경향이 있는 인간이라는 증거다.


내가 그런 인간이라는 건, 연평도 포격 때 이미 자각했었다. 그 때 느꼈던, 지독한 자괴감이 다시 느껴진다.



얼마 전에 핸드폰을 잃어 버렸다. 폰에 저장된 옛 친구들의 연락처들도 같이 전부 잃어 버렸다. '끈'이 없어졌다는 느낌이 들어서 가슴이 아팠지만... 내가 이런 인간인 이상,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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