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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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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많이 좋아했던... 거의 사귀기 직전까지 갔었던 선배가 나왔다. 최근엔 다른 분한테 반해 있기도 했고, 그 분은 남자 친구가 이미 있고, 없었다 해도 내 정서적 문제 때문에 다가가지 못했을 거라고 여기고 있고, 기타 등등 이래저래 정신 건강이 극도로 나빠져 있었던 참이라 잘 안 떠올리고 있었는데... 여전히 마음 구석에 감정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활짝 웃으시면서 곧 결혼하니 축하해달라고 하시더라. 같이 학교 다닐 무렵엔 기껏해야 조용히 눈과 입매로 웃는 모습 밖에 보지 못했었는데... 누군지 모를 그 남자에게 질투심이 드는 와중에도, 그 미소는 너무도 밝고 행복해 보였다.

 

그 선배는 내가 고백했을 때, 마음은 고맙지만 자신이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겁이 난다고 대답했다. 그 후로도 가깝게 지냈었고... 졸업식 때 찾아갔을 때만 해도 조금만 더 손을 뻗으면 잡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았는데, 결국 손가락 틈으로 빠져나가 버렸다. 그 그리움들, 그 안타까움들, 그 엇갈림들을 지금 생각해 보면 결국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때는... 나도 人間으로 살 수 있을 거라고 믿던 무렵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 난, 나 자신의 문제 때문에 아마도 마음을 바쳐 사랑하는 사람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도 결코 갖지 못한 채 홀로 살다가 홀로 죽는 게 내 운명이려니 한다. 내 안에 쌓여 있는 피폐함과 불신, 두려움을 생각해 보면... 차라리 그 때 엇갈려 버렸던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꿈은 꿈일 뿐이다. 하지만 행복하게 잘 지내실 거라는 느낌이 든다. 그거면 된 거다.

 

....온갖 트라우마와 에고로 가득 차 있는 나보다는 평범하게 밝고 성격 좋은 다른 남자와 함께 하는 게 그 선배를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분명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가 모르겠다ㅋ 부정맥인가(...)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는, 人間이 되고 싶다는 욕구가 모두 사라지고 나면 이 아픔도 사라질게다.

 

오늘은 광주 민주항쟁 이틀째다. 저녁 때 국화라도 한 송이 사올까. 이번 주말에는 오랜만에 촛불이라도 들러 나가보고. 人間이 되는 걸 포기한 채로도, 내 명예를 다하며 살아가려면 그런 것들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대체 언제까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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