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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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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찍 퇴근해서 '아싸 오늘은 게임이나 웹서핑으로 시간낭비하는 거 관두고 소설 써야지'하고 있었는데... 제사 때문에 강원도 갔다 오신 어머니 표정이 안 좋으시더라.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촌동생 놈이 간질 증세가 몇 년 전부터 있었는데 주변에서 걱정할까봐 숨기고 있다가 제사 끝나고 음복하던 중 갑자기 쓰러진 모양. 이 씨박색히가... ...하긴 나라도 숨겼을 것 같긴 한데.

 

원래 남자 형제들은 어렸을 때 사이가 좋은 경우가 드물고... 그 놈과 난 겨우 3개월 차이라, 명절 때 볼 때마다 싸우곤 했다. 어릴 때부터 그 놈이 키도 더 컸고 싸움도 더 잘해서 내가 형인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내가 더 많이 맞았고, 크고 난 뒤에도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사이가 소원한 편이다가 우리 둘 다 대학 졸업한 이후에야 비로소 좀 친해져서는, 1년에 두 세번 쯤 만나면 같이 술마시러 다니거나 당구를 치러 다녔다.

 

돌아보면 싸운 기억이 훨씬 더 많고, 진심으로 이 놈 싫다 싶은 적도 몇 번 있었는데... 그래도 그 이야기 들으니까 순간 마음이 쌔하더라, 젠장.

 

몇 달 전에 일 관둔 후로 새 일자리 안 구하고 놀면서 지낸 것도... 혹시 자포자기해서 그런 거였나? 아오 샹.

 

 

최악의 경우가 생긴다면... 그 놈보다야 내가 죽는 쪽이 더 나은데. 난 지금 죽어도 크게 마음에 걸릴 만한 거라곤 사랑하는 사람이라거나, 다 쓰지 못한 소설들이나, 어머니나... 아무튼 몇 없지만 그 놈은 친구들도 많고, 책임져야 하는 거나 마음에 걸릴 만한 게 나보다 많은데. 아, 젠장.

 

...최악의 경우를 앞당겨서 생각할 건 없지. 무슨 일을 하건 간에 늘 가장 나쁜 결과를 예상하고, 그에 대한 준비'만' 집중적으로 하는 게 내 나쁜 버릇이다. 괜찮겠.... ...아오 씨풋 괜찮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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