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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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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내려가 있느라 한참 모임에 얼굴을 안 비친 지인 A가 와 있었다. 반가웠다.

 

합평 끝나고 뒷풀이 자리에서, A가 직장을 관두고 글을 쓰며 겪은, 일종의 공황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겉보기엔 그런 거 전혀 안 겪을 것 같은 이미지지만, A를 한두 해 알아왔던 게 아니다 보니 다들 수긍하고 걱정해 주었다.

 

난 A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웃으면서 할 수 있을까. 우리 모임이 한두 해 지속된 게 아니고 다들 서로에 대해서도 제법 잘 아는... 나름 친밀한 관계기는 하지만 그래도 근본적으로는 남인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마음을 열고 그늘이나 고통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 고통이 자신을 지배하지 못한다는 나름의 확신이 있으니까 그럴 수 있는 것이겠지. 애초에 A는 배배 꼬인 나와는 달리 사교성 좋고 개방적인 성격이기도 하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고, 그래서 노력한 적이 있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더 없이 필사적으로.

 

내 경우는... 아직도 악몽을 꾼다. 인정한다, 그 꿈 속에서는 더 없이 행복하다는 것을. 그 꿈 속에서는, 이제는 내가 거의 포기한 모든 것들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꿈을 깨고 나면 그 행복감은 모조리 모멸감으로 바뀐다.

 

난 진심과 선의로 사람을 대한다는 게 상황에 따라선 얼마나 값싸고 무가치해지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 누군가도, 최소한 그 당시엔 나름의 진심과 선의로 날 대했겠지. 그리고 그건 내게 모두 독이 되었고.  

 

이런 삶도 있는 거다. 견딜 만 하다.

 

난, 두번 다시 그 날을 반복하지 않을 거다.

 

절대로.

 

....다시 한 번 그 날을 반복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견딜 자신이 없다.

 

 

나는 변하지 않는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