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비긴즈와 다크나이트 재주행하고 오늘 조조로 보러 갔다옴. 다크나이트는 몇 번을 다시 봐도 약빨고 만들었냐 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이번엔 왜 이럼으ㅡㅍㅎ;ㅡㅁ헏;ㄱ호;ㄷㄴ소ㅜ;소ㅑㅓ;ㅠㅜㄴ소ㅓ;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
조커가 주도했던, 다크나이트의 그 미쳐 돌아가는 막강한 포스에 비하면 아무래도 후달리는 점이 많다. 제일 큰 문제는, 메인 빌런인 베인의 포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원작의 베인은 괴력만이 아니라 냉철한 두뇌도 겸비+강화 약물 없이는 힘이 약해진다는 뚜렷한 약점(게다가 약물은 도구일 뿐 엄청난 의지력으로 약물의 금단증상을 이겨내는 묘사는 플러스)을 가진 강한 개성의 캐릭터였다. 하지만 라이즈에서 나타난 베인은 배트맨을 제압하는 걸로 모자라 원작과 똑같은 연출로 척추를 개발살 내놓아 한동안 완전히 우주... ...아니 형무소 관광 보내는 등 강력한 전투력과 수많은 부하들을 이끄는 카리스마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잘 와닿지가 않는다.
그 첫째 이유는 '결과'만 보여주고 '과정'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베인이 배트맨의 정체를 아는 것도 그저 자신 역시 옛날 그림자 군단에 속했기에 아는 것일 뿐 스스로 추리와 추적을 통해 그를 알아내는 게 아니다. 그리고 초반 파벨 박사 납치 시퀀스에서 현장에 1명의 시체가 있어야 한다며 부하에게 희생을 요구할 때 그 부하가 기꺼이 그에 복종하는 걸로 보아 상당한 인망의 소유자인데, 어째서 그럴 수 있는지가 묘사되어 있지 않다. 범죄자들은 거친 패거리들이고, 단순히 힘과 공포만으로 억누르려 들면 분명 반발하는 자들이 나온다. 첫 제압은 힘에 의존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나름의 공정함이나 관대함을 보여줘야 마음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 내에서는 거의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둘째 이유는 베인이 고담에 와 배트맨을 적대하는 걸로도 모자라 도시 전체를 외부와 차단시켜 자신의 왕국을 일구는 스케일(스스로는 '혁명'이라고 하지만 혁명이 혁명답기 위해선 얼마 되지 않아 변질되는 한이 있더라도 시작은 부당하게 억눌려온 시민들의 자발적인 봉기여야 한다. 베인은 다만 블랙 게이트 형무소를 무너뜨리고 그곳에 갇혀 있던 죄수들을 수하로 얻은 것일 뿐이다)에 비해 그 행동의 근본적인 동기가 너무 미약하다. 그 핵심적인 동기라고는 탈리아에 대한 애정 뿐인데, 나름 순정남으로 보이기는 할 망정 메인 빌런이기 위해서는 그 자신이 배트맨이 이루고자 하는 가치와 이상을 부정하고 그 대극에 서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무게감이 부족하다.
2)
초중반에 걸쳐 브루스 웨인을 지원하는 양심적 기업인이자 그의 새로운 연인 미란다 테이트로서 활동하다 후반부 그를 배반하고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탈리아 알굴. 초반에는 '브루스랑 미란다가 갑자기 사랑에 빠져서 바로 베드인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이는데' 생각하면서 보다가 후반 전개를 보고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접근했구나' 싶어서 납득했다. 그 대신 더욱 심각한 불만이 생겨 버렸다.
배트맨은 라스 알굴과는 달리 고담에 아직 희망이 있다고 보았고, 그래서 비긴즈에서 라스 알굴과 싸웠다. 탈리아는 배트맨에게 아버지의 복수를 하고 그 유지를 이어 타락한 고담을 벌하는 것이 자신의 목적이라고 했지만, 그녀의 캐릭터가 힘과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고담 시민들의 나약함이나 무절제함, 타락상이 훨씬 더 강조되야 한다. 하지만 라이즈에서 배트맨이 베인에게 패하고 리타이어한 동안 고담을 비추는 장면 대부분은 베인의 왕국 건설과 크레인을 앞세운 '재판', 경찰들의 삽질 뿐이다. 막판에 갑자기 등짝에 칼빵을 놓고 '오호호 사실 내 정체는' 해봤자 이야기의 초점이 이미 흐트러진 이상 설득력이 부족하다.
3)
조연들의 캐릭터 붕괴가 좀 심하다. 다크나이트에서 하비 덴트가 투페이스로 변모한 것에는 분명 자신의 부하들을 감싸고 돌려던 고든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다크나이트 후반부에서, 고든의 가족을 사로잡은 투페이스에게 고든이 미안하다고 한 것은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양심적이고 성실한 고든의 성격에 비춰봤을 때 분명 진심이 담긴 사과였을 것이다. 그런데 라이즈에서 공개된 고든의 편지에는 '배트맨이야말로 진짜 영웅이고 하비 덴트는 그저 평범한 ㅅㅂㄻ다 하비 덴트 개객기 해봐'라고 되어 있다(베인이 좀 첨삭한 걸 수도 있지만 옆에서 블레이크가 진실을 숨겼다고 고든한테 화낼 때 고든은 아무 말도 못하다가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변명하기만 한다). 어? 청장님?
알프레드 역시, 비긴즈와 다크나이트 때는 브루스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면서도 믿고서 꾸준히 그를 극진히 보좌해주는, 제2의 아버지로서의 캐릭터가 확고했는데 갑자기 '도련님이 7년 간 떠나 있는 동안 나는 도련님이 평범한 행복을 찾아내고 이 도시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다'드립을 치며 싸우고 중반에 리타이어했다가 엔딩에서야 얼굴을 내민다. 어? 집사님?
배트맨의 '영웅성'과 신 캐릭터 블레이크를 띄워주기 위해서 둔 무리수 같기도 한데(게다가 블레이크는 로빈이 되어 배트맨의 역할을 이어받는 위치기도 하니), 그래도 저 둘은 너무 캐붕이잖아-_- 고든은 그렇다 쳐도 지금껏 충실히 브루스를 보필해 온 알프레드가 지금 와서 대판 싸우고 집사일을 때려치운다는 건 아무리 봐도 캐붕 맞다. 뭔가 어른의 사정이 개입되어 갑작스레 각본이 바뀐 것이려니... 추측만 될 뿐.
4)
캣우먼의 매력을 잘 모르겠다. 예쁘고 섹시하고 요염하고 뭐 연기도 내가 보기엔 괜찮다 싶고 그냥 괜찮긴 한데... 초반 무도회 시퀀스는 팀 버튼의 배트맨 리턴즈에서의 후반 무도회 시퀀스에 대한 오마쥬로 보이는데, 그에 비해 너무 임팩트가 없다. 리턴즈에서의 셀리나 카일은 사회적 남성성에 의해 억압되어 온 분노와 피해의식이 폭발함으로써 캣우먼으로 탄생한 캐릭터였다. '섹시하면서도 위험한, 선악이 흐릿한 조연'으로서만이 아니라 '나도 당신의 성에서 공주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지만 내게 그런 건 어울리지 않는다'는 절규에서 집약되어 나타나는 깊은 절망과 슬픔이야말로 그녀의 진짜 매력이었다. 그런데 라이즈에서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캣우먼은 평범한 츤데레가 되어 버렸고, 엔딩에서는 평범한 행복을 찾은 브루스의 반려까지 된다. 뭐임마 놀란 나랑 싸우자
5)
엔딩이 좀 병맛이다. 그러니까 나랑 싸우자 놀란 배트맨의 진짜 정체성이 '어둠 속의 정의 배트맨'이고 대외적인 페르소나가 '바람둥이 거부 브루스 웨인'이며, 그가 히어로 생활을 관둘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부모의 죽음에 관련한 트라우마도 있거니와 고담이라는 도시 자체를 속으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싸움에 지치고 닳아 가면서도, 몇 번이고 은퇴를 생각하면서도 결국 그가 가면과 망토를 걸치고 지붕과 지붕을 뛰어 다니는 이유는 이 도시와 이 도시의 시민들에 대한 애정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본인 입장에서는 힘겹고 우울하겠지만 캐릭터를 지켜 보는 독자 입장에서는 그것이야말로 암흑의 기사 배트맨이 갖는 '영웅으로서의 숭고함'이다. 그런데 핵폭탄 바다로 던지고 잠적+사랑하는 여자와 Happily ever after라... 개인적으로는 꽤 벙찌고 배트맨답지도 않다고 여겼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인데... 배트맨의 올드 팬들에겐 아닐 거 같다(....)
6)
그저 개인 취향에 의한 불만 2가지. 1)베인은 '혁명'을 말했다. 하지만 그가 만든 것은 '왕국'이고, 후반에 배트맨을 도운 것도 지하에 갖혀 있다 블레이크와 캣우먼 덕에 탈출한 경찰들일 뿐 고담의 시민들은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배트맨은 마블의 스파이디처럼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친근한 히어로는 전혀 아니다. 오히려 비교적 선악 구도가 뚜렷한 DC 히어로들 가운데서는 가장 어둡고 진지하며 악명을 감수하는 캐릭터에 속한다. 그러니만큼 시민들이 '힘내요 뱃맨 우린 당신을 믿어요' 같은 소리하는 장면이 나오면 나도 충공깽이었겠지만, 베인이 풋볼 경기장에서 보인 퍼포먼스도 있거니와... '조직화된 대중들의 힘'이 긍정적으로건 부정적으로건 확실히 나타났어야 했다. 그런데 그게 없다 보니 내 취향에서도 좀 벗어나거니와 베인이 말하는 메시지에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
2)환상 비슷한 모습으로나마 라스 알굴도 재등장했는데 CG로라도 조커를 좀 보여줄 것이지!!!!!!
7)
크리스찬 베일이 로빈을 치떨리게 싫어해서 로빈은 안 나올거라고 들었는데 결국 나오긴 나왔구나(...) 블레이크란 캐릭터가 듣보잡이었던 것 치고는 상당히 활약이 크다 싶었는데 어쩐지. 이쪽은 일단 성인이니 원작의 로빈들에 비하면 믿음이 가긴 한다.
엄청 불만을 쏟아냈지만 다크나이트가 워낙 킹왕짱이어서+다크나이트와 인셉션에서 폭발한 놀란의 포텐스에 대한 과도한 기대 때문에 그렇지, 일단 저렇게 쭉 써놓고 곰씹어 보니 라이즈도 꽤 좋은 작품이긴 하다. 간지넘치는 한스 짐머의 음악과 잘 어우러지는 연출도 그렇고, 배트윙도 멋지고. 까놓고 이렇게 덧붙여봤자 설득력 없을 거 같지만 약파는 거 아니다 진짜다(.....) 베인이 포스가 없다고 불평했지만 톰 하디도 객관적으로 꽤 호연한 편이다. 조커가 워낙 넘사벽이다 보니 그에 가릴 뿐이지. 4년을 기다린 보람이 없지는 않다. 이제 올해 개봉작 중 꼭 봐야겠다 싶었던 건 에바Q하고 호빗 2개 남았구나...
PS=톰 하디의 베인과 조셉 고든 레빗의 블레이크와 마리옹 꼬띠아르의 탈리아가 만나 인셉션드립 치길 은근 기대했는데 아쉬움.
+
좀 생각해 보니 (네타)배트맨은 죽은 게 맞을 거 같다. 놀란은 RISES라는 단어에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는데... 나는 다크나이트에서 조커에게 판정패 당하고 실의에 빠져 있던 배트맨이 복귀하고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물리적으로 '날아 오른다'는 의미로만 생각했는데, '승천함으로써 영원히 고담 시민들의 기억에 남는다'라는 의미도 될 듯. 다크나이트에서, 하비 덴트는 '영웅으로 죽든가 오래 살아서 악당이 된 스스로를 발견하든가'라고 말했었다. 배트맨은 진실을 은폐하면서 하비 덴트를 죽은 영웅으로, 스스로를 살아남은 악당으로 만들었다. 그러한 다크나이트의 결말이 이번 라이즈에서는 '배트맨은 영웅으로 죽음으로써 전설로 '승격(RISE)'되었고 그 승격으로서 고담에는 희망이 생겼다고 보는 게 가장 합리적일 듯하다. '배트맨은 죽어서 전설이 되고 브루스 웨인은 살아서 행복을 얻었다'는 관점도 있던데... 그것은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라는 자신의 본질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캣우먼이 배트맨과 사랑에 빠질 이유도 없거니와... 배트맨에게 그런 고식적인 해피엔딩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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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 보니 (네타) 배트맨은 살아 있다! 로 생각이 바뀌었다. 이래저래 애매모호하긴 한데... 마지막에 알프레드가 브루스 웨인과 셀리나 카일이 같이 있는 걸 보는데, 알프레드는 셀리나가 메이드로 위장해 웨인 저택에 잠입해 들어왔다는 것까지는 알지만 중반에 저택을 떠나므로 그 이후 벌어진 사건을 거쳐 둘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까지는 모른다. 게다가 엔딩에서 셀리나는 마사 웨인의 진주 목걸이를 걸고 있다. 배트맨이 히어로 일을 관두고 평범한 행복을 찾는다는 건 내가 보기엔 아무리봐도 캐릭터 붕괴긴 한데 뭐 놀란 감독은 다크나이트 리턴즈와는 다른 해석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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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에서는 유일하게 약간 꺼림칙했던 부분이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선 몇 배로 확대되어 나타났던 터라... 이에 대해선 아무래도 난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상세한 것은 재관람 뒤에 포스팅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