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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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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부터는 새 캠페인을 뛸 예정이다.

팀 특성 상 저마다 돌아가면서 최소 한 번씩 자기 캠페인을 가지고 마스터링을 하게 되 있는데... 퇴마물 캠페인이 하고 싶었는데, 오늘 플레이 끝나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해야겠다 싶은 걸 미리 내부적으로 정해놓고 겉으로만 다른 사람들도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 게 아닐까?'

RPG는 여럿이 하는 놀이고, 나 혼자 재미있어봤자 별로 의미가 없다. 주변의 반응이 전부 썰렁하다면 당장 나부터도 영 흥이 나질 않는다. '저만 재미있으면 뭐하나요'라고 푸념조로 투덜대자 다른 분들은 플레이어들이 맞출테니까 그냥 하고 싶은 걸 해보라고 하시던데... 당장 나부터가 RPG를 하는데 있어서 '남 신경 안쓰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이 얼마나 큰 폐해를 가져오는지 절실하게 겪어봤다. 그때 내가 처해 있던, '아무리 노력해도 마스터가 준비해 놓은 모범답안에 맞추지 않으면 배드엔딩'이라는 상황에서 어떤 무력감을 느꼈는지, 당시 마스터가 '전 관대한 마스터기 때문에 굳이 제가 준비해놓은 것에 맞추지 않아도 괜찮아요' 소리를 할 때마다 '하지만 안 맞추면 배드엔딩인데 어쩌라고요'라고 항변하고 싶은 욕구가 얼마나 간절했는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억지로 해봤자 아무도 재미가 없을 것 같으니 그냥 안 한다... 라는 방법도 있긴 한데, 이왕 하겠다고 한 거니까.... 일단은 내 생각대로 가되 가능한 짧게, 2~3세션이면 마무리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짜고 파워 레벨도 낮게 잡아서 되도록 컴팩트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듯 하다. RPG는 모두가 즐겁자고 하는 거다. 내가 희생해야 할 이유도 없지만, 남들의 취향을 굳이 무시해가면서까지 나 혼자만 재미있는 걸 밀어붙여야 할 이유도 없다.  

+

난 꽤나 고집스러운 편이다. 하지만 그게 문제라는 점도 알고 있고, 나름 자제하려고도 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남들과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가능한 양보하려고는 하되 상대는 양보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면 (설령 그게 오해라 해도) 상대를 설득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짜증부터 내고 보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쩝. 어른스럽지 못한 꼴이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