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의 중 교수와 약간 언쟁을 벌였다. 본의 아니게 한번 무단 결석한 적도 있고 과제를 제대로 안해간 것도 있어서... 학점을 위해서+예의 상 한동안 조용히 교수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추기로 결심했다. 그러니까, 결심만 했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의 정치적 분열 양상에 있어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전부 북한의 책동 탓이라고 하는 데서 이미 어이가 안드로메다로 갔다. 맙소사, 한국과 북한의 레벨 차이가 얼만데 그렇게 일방적으로 휘둘린다는 게 말이 됨?
이 강의를 듣는 학생들 대부분은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수가 그렇다고 하면 단순히 학점을 위해서라도 그러려니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히 사실 관계에서 어긋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태클 걸고 싶은 걸 용케 참았다. 나는 정치적으로 명백히 좌파지만, 그것은 다만 일종의 자기만족을 위해서일 뿐 그 이상이 정말로 실현되리라고는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남들이 정치에 관심이 있건 말건 간에 내가 해야겠다고 여기는 일을 할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인정한다. 나는 이상과 비전을 가진, 진정한 의미에서의 좌파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을 보수로, 나머지 '전부'(민주당부터 민노당까지. 맙소사)를 진보로 분류하는데 이르러서는 내 안에서 뭔가가 터져 버렸다.
나:...교수님, 말씀하신 부분에 있어 사실관계가 약간 틀린 부분이 있습니다만.
교수:뭐? 내가 틀렸다고?
나:(침 한번 꿀꺽 삼키고)아까부터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계속 같은 층위에 두고 계신데, 사실 그 두 정당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다릅니다. 진보신당은 민노당에서 갈라져 나온 당이지만, 그 바탕은...(머릿속으로 60년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PD와 NL의 분열 양상과, 북유럽식 사민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진보신당과 사회당의 지향점을 분류하고 말로 옮길 준비를 한다)
교수:(말을 자른다)그렇지, 자네 말마따나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지. 그 말은 곧, 세부적인 차이만 있을 뿐 큰 틀에서는 같다는 의미야.
나:(반박하려 한다)
교수:(무시하고 학생들에게 자신의 논지를 계속 전개해 나간다)
이후 30분 동안 '한국 사회의 분열은 죄다 북한 탓'이라는 내용의 강의가 이어짐. ...조, 조X제를 보는 기분이다.......!!!
나:(끼어들 타이밍을 찾지 못하고 정줄을 놓은 채 어버버. 태클 걸 곳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교수:...그래서, 진보는 공산주의 하자는 거야. 무상급식, 무상의료, 그런 거 전부 공산주의야. 공산주의는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거고. 지금 북한 봐, 그게 제대로 돌아가?
나:(슬슬 빡치기 시작)프랑스와 독일, 영국은 전통적으로 좌파 성향 정당이 강세였고, 스웨덴이나 스칸디나비아 같은 경우는 사회주의 정당이 집권하고 있는데도 북한 같지는 않습니다만.
교수:그 나라들은 오랫동안 좌파와 우파가 교대로 정권을 잡으며 서로 양보하고 균형을 맞춰 온 거니까 그런 거지.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아.(그리고 계속 블라블라 하다가) 자네 주장처럼 북유럽식 제도가 좋다고 해서 무작정 받아 들이면 부작용이 안 생길 수가 없어. 당장 그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건데? 알겠나?
강의 중 교수와 약간 언쟁을 벌였다. 본의 아니게 한번 무단 결석한 적도 있고 과제를 제대로 안해간 것도 있어서... 학점을 위해서+예의 상 한동안 조용히 교수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추기로 결심했다. 그러니까, 결심만 했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의 정치적 분열 양상에 있어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전부 북한의 책동 탓이라고 하는 데서 이미 어이가 안드로메다로 갔다. 맙소사, 한국과 북한의 레벨 차이가 얼만데 그렇게 일방적으로 휘둘린다는 게 말이 됨?
이 강의를 듣는 학생들 대부분은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수가 그렇다고 하면 단순히 학점을 위해서라도 그러려니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히 사실 관계에서 어긋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태클 걸고 싶은 걸 용케 참았다. 나는 정치적으로 명백히 좌파지만, 그것은 다만 일종의 자기만족을 위해서일 뿐 그 이상이 정말로 실현되리라고는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남들이 정치에 관심이 있건 말건 간에 내가 해야겠다고 여기는 일을 할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인정한다. 나는 이상과 비전을 가진, 진정한 의미에서의 좌파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을 보수로, 나머지 '전부'(민주당부터 민노당까지. 맙소사)를 진보로 분류하는데 이르러서는 내 안에서 뭔가가 터져 버렸다.
나:...교수님, 말씀하신 부분에 있어 사실관계가 약간 틀린 부분이 있습니다만.
교수:뭐? 내가 틀렸다고?
나:(침 한번 꿀꺽 삼키고)아까부터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계속 같은 층위에 두고 계신데, 사실 그 두 정당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다릅니다. 진보신당은 민노당에서 갈라져 나온 당이지만, 그 바탕은...(머릿속으로 60년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PD와 NL의 분열 양상과, 북유럽식 사민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진보신당과 사회당의 지향점을 분류하고 말로 옮길 준비를 한다)
교수:(말을 자른다)그렇지, 자네 말마따나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지. 그 말은 곧, 세부적인 차이만 있을 뿐 큰 틀에서는 같다는 의미야.
나:(반박하려 한다)
교수:(무시하고 학생들에게 자신의 논지를 계속 전개해 나간다)
이후 30분 동안 '한국 사회의 분열은 죄다 북한 탓'이라는 내용의 강의가 이어짐. ...조, 조X제를 보는 기분이다.......!!!
나:(끼어들 타이밍을 찾지 못하고 정줄을 놓은 채 어버버. 태클 걸 곳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교수:...그래서, 진보는 공산주의 하자는 거야. 무상급식, 무상의료, 그런 거 전부 공산주의야. 공산주의는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거고. 지금 북한 봐, 그게 제대로 돌아가?
나:(슬슬 빡치기 시작)프랑스와 독일, 영국은 전통적으로 좌파 성향 정당이 강세였고, 스웨덴이나 스칸디나비아 같은 경우는 사회주의 정당이 집권하고 있는데도 북한 같지는 않습니다만.
교수:그 나라들은 오랫동안 좌파와 우파가 교대로 정권을 잡으며 서로 양보하고 균형을 맞춰 온 거니까 그런 거지.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아.(그리고 계속 블라블라 하다가) 자네 주장처럼 북유럽식 제도가 좋다고 해서 무작정 받아 들이면 부작용이 안 생길 수가 없어. 당장 그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건데? 알겠나?
나:(무조건 받아 들이자고 한 적 없거든요!!!!!!!! 그리고 재원은 4대강 안 하면 충분히 마련되거든요!!!!!!!! 게다가 의료와 교육은 나라가 책임져야 할 공공재 아님!!!!!!!!!!??????????)
교수:(마지막으로 학생들을 둘러보며)성공하고 싶으면 노력을 해, 남 탓 하지 말고. 노력 안 하는 놈이 실패하는 거야. 노력하면 누구나 다 성공할 수 있어.
강의가 끝나고 담배 한 대 피우며 조금 후회했다. 하지만 그 후회는 아무리 그래도 교수인데 제대로 예의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과, 열받는 게 앞서서 썩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였지 내가 틀린 말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학점은......... 아오 샹, 이제 1년만 있으면 졸업인데 알량한 학점 몇 점 더 받겠다고 내 신념을 팔아 치울 거 같냐, 젠장-_-
2)
오후에 학과 체육 활동이 있었다. 나야 뭐... 굳이 갈 필요는 없다. 애초부터 구기종목을 죽입시다 구기종목은 나의 원수.... ...으음. 구기종목 개X끼 해봐 구기종목 개새X.... .......아무튼 썩 운동과 친한 편도 아니었고, 그 정도야 안 한다고 해서 나한테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다리 다친 것 때문에 애초에 격한 운동은 하기도 힘들고, 사실 객관적으로 봐서 이제 학교 생활 1년 남짓 남은 내가 빠지건 말건 별 신경도 쓰지 않을 테고. 하지만 1학년 때부터 친구들이 임원 일 하면서 학과 행사에 애들이 너무 무관심하다고 울상 짓는 걸 봐왔기 때문인지... 머릿속으로는 '내가 거기 안 가도 되는 논리적인 이유' 몇 가지를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내 발은 체육관으로 가고 있더라-_-
스탠드에 앉아 구경하고, 골 들어가면 박수치고, 빗나가면 야유하고, 쉴 때는 적당히 농담 따먹기 하면서 1시간 반을 보냈다. 체육 활동이 끝나고서는 목요 문화마당 클래식 공연까지 보고는 애들과 돌아오다 중간에 슬그머니 빠져 혼자 하숙집으로 내려오던 중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에 남아 있는 애들은 최소 4학번 이상 차이 나는 후배들이고, 나는 걔들과 섞일래야 섞일 수가 없다. 내가 친한 척하고 농담하고 장난치는 와중에도 속으로는 내내 어차피 이 모든 게 어차피 허위라는 걸 자각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를 적당히 받아주는 애들 역시 내가 졸업하고 나면 금방 잊어버리고, 다만 그 뿐일 거라는 생각.
그게 옳은 일이다. 진심과 선의로 대한다고 해서 마음이 통하는 건 아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일방적인 '진심과 선의'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경험은 충분히 했다.
홀로 한 잔 하고 들어왔다.
강의가 끝나고 담배 한 대 피우며 조금 후회했다. 하지만 그 후회는 아무리 그래도 교수인데 제대로 예의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과, 열받는 게 앞서서 썩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였지 내가 틀린 말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학점은......... 아오 샹, 이제 1년만 있으면 졸업인데 알량한 학점 몇 점 더 받겠다고 내 신념을 팔아 치울 거 같냐, 젠장-_-
2)
오후에 학과 체육 활동이 있었다. 나야 뭐... 굳이 갈 필요는 없다. 애초부터 구기종목을 죽입시다 구기종목은 나의 원수.... ...으음. 구기종목 개X끼 해봐 구기종목 개새X.... .......아무튼 썩 운동과 친한 편도 아니었고, 그 정도야 안 한다고 해서 나한테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다리 다친 것 때문에 애초에 격한 운동은 하기도 힘들고, 사실 객관적으로 봐서 이제 학교 생활 1년 남짓 남은 내가 빠지건 말건 별 신경도 쓰지 않을 테고. 하지만 1학년 때부터 친구들이 임원 일 하면서 학과 행사에 애들이 너무 무관심하다고 울상 짓는 걸 봐왔기 때문인지... 머릿속으로는 '내가 거기 안 가도 되는 논리적인 이유' 몇 가지를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내 발은 체육관으로 가고 있더라-_-
스탠드에 앉아 구경하고, 골 들어가면 박수치고, 빗나가면 야유하고, 쉴 때는 적당히 농담 따먹기 하면서 1시간 반을 보냈다. 체육 활동이 끝나고서는 목요 문화마당 클래식 공연까지 보고는 애들과 돌아오다 중간에 슬그머니 빠져 혼자 하숙집으로 내려오던 중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에 남아 있는 애들은 최소 4학번 이상 차이 나는 후배들이고, 나는 걔들과 섞일래야 섞일 수가 없다. 내가 친한 척하고 농담하고 장난치는 와중에도 속으로는 내내 어차피 이 모든 게 어차피 허위라는 걸 자각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를 적당히 받아주는 애들 역시 내가 졸업하고 나면 금방 잊어버리고, 다만 그 뿐일 거라는 생각.
그게 옳은 일이다. 진심과 선의로 대한다고 해서 마음이 통하는 건 아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일방적인 '진심과 선의'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경험은 충분히 했다.
홀로 한 잔 하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