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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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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활 마지막 엠티구나....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 2조 단위로 방을 합쳐서 술도 마시고 교수님들 모셔서 이야기도 듣고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일정 상 그 이후 적당히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며 놀거나 자거나 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교수님이 자리를 뜨자 말자 저학번 애들이 단체로 우르르 빠져 나가서... 나하고 06학번 한 명, 07학번 한 명 셋이 남아서 뒷정리를 해야 했다. 순간적으로 빡쳐서 11학번 애들 전부 불러 모으라고 했다가 금방 후회했다.

국문과 애들이 와서 '사정이 이러이러하니 교수님들도 계시고 한데 좀 참아 주시면 안 되겠냐, 우리가 좋게 타이르겠다'고 하길래... 알겠다고 하고 돌려 보냈다.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혼자 담배 피우면서 한참 후회했다. 사실 청소 정도야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도 아니고... 굳이 후배들 시켜야 하는 일은 아니다. 이 나이 먹고서 어느 정도 학번이 되는 06이나 07, 08학번 애들을 통하지 않은 채 거의 10년 가까이 나이 차가 나는 11학번들을 직접 불러서 깨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고, 아무리 내가 선배라 해도 다른 과 임원들이나 학회장들까지 깡그리 무시하고서 한꺼번에 부르는 것 역시 도가 지나쳤다. 무엇보다도, 몇 명이 좀 거슬렸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불러 모아 한꺼번에 갈구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나도 순간적으로 욱해서 그랬다, 미안하게 됐다...고 국문과 애들한테는 사과했고, 나와 있던 11학번 후배들한테도 내가 좀 지나쳤다고 사과했다. 학회장한테 내가 도가 지나쳤다, 앞으로는 그런 일 없을 거라고는 했지만... 말로는 괜찮다고 하면서도 녀석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영 마음이 불편하다. 누가 뭐라고 하고 안 하고를 떠난 문제다. 현실적으로 어지간히 내가 말썽을 피우지 않는 이상은 내게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내가 한때 그토록이나 싫어했던 일들을, 어느새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은 너무도 한심했다. 

내가 했던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옛날 사람'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그토록 싫어했고, 마음으로도 머리로도 부정하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방식이 너무나도 철저히 몸에 익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육체가 정신을 규정하고, 언어가 사고를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다.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기록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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