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극 관련 수업을 듣고 있다. 지금껏 살아오며 겪었던 '갈등'에 대해 돌아가며 이야기하고, 그 상황에서 주체와 대상, 욕구, 조력자, 방해자 등을 구분해 보는 시간이었는데... 08년 여름 촛불집회 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었다. 최근 전역한 후배 하나도 그 장소에 있었다고 했는데... 그놈은 전경으로서 있었다고 하더라.
강의 끝나고 담배 한 대 피우러 나갔다가 걔가 있길래 "난 충돌은 있었을망정, 지금도 전경들이 '방해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걔는 촛불집회에 좋은 기억이 없다면서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당연히 없겠지, 전경 입장으로서 좋은 기억이 퍽이나 있었겠다. 그놈이 '무리하게 수입 협상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의 잘못이다' 같은 말을 했으면 오히려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들었을 거다. 사람은 자신이 피부로 겪은 일의 의미를 가장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받아들이는 법이다. 사적 체험이나 동기에서 벗어나 공적 영역의 의미에 개안할 수 있는 사람이 특별한 거다.
본질적으로 나 역시 그 후배와 별로 다르지 않다.
2)
당장 이번 주에 MT인데 아직도 MT일정 공고가 안 됐다. 학회장한테 물어보니 아직 계획을 짜고 있는 중이라고 하더라. 임원놈들은 대체 뭐하고 있는 거냐. 아직 일정도 발표 안 된 MT에 몇 명이나 가려고 하겠냐고, 쯧.
3)
인턴십 신청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논술 학원이다. 내가 신청한 거긴 하지만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갈피가 안 잡힌다. 누굴 가르쳐 본 적은 없는데, 으윽. 논술 문제집이라도 한 권 사다볼까.
4)
개강 하자마자 과제들이 텍사스 소떼처럼 몰려온다... 읽어야 할 책들도 많고. 그저 전부터 흥미가 있고 얄팍하나마 지식도 좀 있어서 수강신청했던 전쟁사는 역시 좀 무리한 선택이었나, 쯥. 건물은 드립따 멀고... 이번 학기에는 과가 어떻게 돌아가건 별 신경 안 쓰고 내 할 일이나 챙기기로 했으니... 어차피 4학년이겠다, 졸업 최소 학점은 이미 넘겼고.... 좀 양이 많아도 그렇게 잘 하려고 욕심 부리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기도 한데.
5)
소병철의 <합리성과 도덕성- 도구적 합리성의 한 비판>을 읽었다. 합리성의 개념이 단지 '목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도구적 차원'에서만 받아 들여진 결과의 폐해를 비판하고, 벤담이나 롤즈를 비롯한 '도구적 합리성'에 근거한 도덕성의 정당화 시도를 칸트 등을 인용하여 반박하고 있는 책. 섄덜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병용해 읽으면 적절할 듯... ...하지만 <정의란 무엇인가>는 도서관에 책도 없고(정확히는 상시 대출 중이고) 있다 해도 도저히 읽을 시간이 안 나서 강의록 스크립트만 들여다 보고 있다.
철학은 근원에 대한 '왜'라는 질문에 나름의 설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이익과 배치된다면, '어째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사는 게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아무리 합리적이고 정당한 설명도 받아 들이지 않는다. 오직 돈을 버는 의무와 그렇게 번 돈을 쓸 권리만이 인정되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철학은 변화를 원하는 이에게 이론적 기반과 확고한 목적의식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단지 그 뿐이다. 그 변화를 현실에서 이루려면 이성과 성찰이 아닌, 분노와 투쟁이 필요하다.
나 브루하 맞는 듯(오덕한 농담).
6)
우석훈을 비롯해, 대체로 진보적인 스탠스(굳이 정치적 의미에서의 '진보'가 아니더라도)를 갖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쓴 <거꾸로 생각해 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 걸>을 읽었다. 상당히 가벼운 책이지만 주제는 묵직한 편이다. 거의 다 이미 아는 이야기들이었지만 매우 쉽고 읽기 편하게 쓰여 있어서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중학생 정도면 이해할 수 있을 듯. 그러나 중간중간 논리 전환이 다소 부자연스럽다거나 데이터의 출처가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독서 토론 수업에 필요한 책이기도 해서 중간 중간 내용을 기록해 가며 읽었는데...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어서 바보처럼 조금 울어 버렸다. 그 부분은 기록하지 못했다.
한심한 꼴이다. 그 슬픔이 대상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한 것이었다면 그나마 낫지만,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그 눈물은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이다.
사회를 바꾸는 건 분노와 투쟁이다. 슬픔이 아니다.
7)
과 여자애들한테 사탕이나 돌릴까 했는데 화이트 데이 날짜를 착각하는 바람에 못 줬다. ...어차피 졸업까지 1년 남았을 뿐이고, 친한 여자애들도 없고, 굳이 잘 보여봤자 얻을 것도 없으니 올해는 그냥 건너뛸까 하다가... 몇 봉지 사왔다. 몇 봉지 밖에 안 샀는 데도 거의 만원이 나갔다, 쯧. 그냥... 학교 다니면서 매 해마다 그렇게 해 온 관성일 뿐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연극 관련 수업을 듣고 있다. 지금껏 살아오며 겪었던 '갈등'에 대해 돌아가며 이야기하고, 그 상황에서 주체와 대상, 욕구, 조력자, 방해자 등을 구분해 보는 시간이었는데... 08년 여름 촛불집회 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었다. 최근 전역한 후배 하나도 그 장소에 있었다고 했는데... 그놈은 전경으로서 있었다고 하더라.
강의 끝나고 담배 한 대 피우러 나갔다가 걔가 있길래 "난 충돌은 있었을망정, 지금도 전경들이 '방해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걔는 촛불집회에 좋은 기억이 없다면서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당연히 없겠지, 전경 입장으로서 좋은 기억이 퍽이나 있었겠다. 그놈이 '무리하게 수입 협상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의 잘못이다' 같은 말을 했으면 오히려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들었을 거다. 사람은 자신이 피부로 겪은 일의 의미를 가장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받아들이는 법이다. 사적 체험이나 동기에서 벗어나 공적 영역의 의미에 개안할 수 있는 사람이 특별한 거다.
본질적으로 나 역시 그 후배와 별로 다르지 않다.
2)
당장 이번 주에 MT인데 아직도 MT일정 공고가 안 됐다. 학회장한테 물어보니 아직 계획을 짜고 있는 중이라고 하더라. 임원놈들은 대체 뭐하고 있는 거냐. 아직 일정도 발표 안 된 MT에 몇 명이나 가려고 하겠냐고, 쯧.
3)
인턴십 신청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논술 학원이다. 내가 신청한 거긴 하지만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갈피가 안 잡힌다. 누굴 가르쳐 본 적은 없는데, 으윽. 논술 문제집이라도 한 권 사다볼까.
4)
개강 하자마자 과제들이 텍사스 소떼처럼 몰려온다... 읽어야 할 책들도 많고. 그저 전부터 흥미가 있고 얄팍하나마 지식도 좀 있어서 수강신청했던 전쟁사는 역시 좀 무리한 선택이었나, 쯥. 건물은 드립따 멀고... 이번 학기에는 과가 어떻게 돌아가건 별 신경 안 쓰고 내 할 일이나 챙기기로 했으니... 어차피 4학년이겠다, 졸업 최소 학점은 이미 넘겼고.... 좀 양이 많아도 그렇게 잘 하려고 욕심 부리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기도 한데.
5)
소병철의 <합리성과 도덕성- 도구적 합리성의 한 비판>을 읽었다. 합리성의 개념이 단지 '목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도구적 차원'에서만 받아 들여진 결과의 폐해를 비판하고, 벤담이나 롤즈를 비롯한 '도구적 합리성'에 근거한 도덕성의 정당화 시도를 칸트 등을 인용하여 반박하고 있는 책. 섄덜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병용해 읽으면 적절할 듯... ...하지만 <정의란 무엇인가>는 도서관에 책도 없고(정확히는 상시 대출 중이고) 있다 해도 도저히 읽을 시간이 안 나서 강의록 스크립트만 들여다 보고 있다.
철학은 근원에 대한 '왜'라는 질문에 나름의 설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이익과 배치된다면, '어째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사는 게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아무리 합리적이고 정당한 설명도 받아 들이지 않는다. 오직 돈을 버는 의무와 그렇게 번 돈을 쓸 권리만이 인정되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철학은 변화를 원하는 이에게 이론적 기반과 확고한 목적의식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단지 그 뿐이다. 그 변화를 현실에서 이루려면 이성과 성찰이 아닌, 분노와 투쟁이 필요하다.
나 브루하 맞는 듯(오덕한 농담).
6)
우석훈을 비롯해, 대체로 진보적인 스탠스(굳이 정치적 의미에서의 '진보'가 아니더라도)를 갖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쓴 <거꾸로 생각해 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 걸>을 읽었다. 상당히 가벼운 책이지만 주제는 묵직한 편이다. 거의 다 이미 아는 이야기들이었지만 매우 쉽고 읽기 편하게 쓰여 있어서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중학생 정도면 이해할 수 있을 듯. 그러나 중간중간 논리 전환이 다소 부자연스럽다거나 데이터의 출처가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독서 토론 수업에 필요한 책이기도 해서 중간 중간 내용을 기록해 가며 읽었는데...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어서 바보처럼 조금 울어 버렸다. 그 부분은 기록하지 못했다.
한심한 꼴이다. 그 슬픔이 대상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한 것이었다면 그나마 낫지만,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그 눈물은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이다.
사회를 바꾸는 건 분노와 투쟁이다. 슬픔이 아니다.
7)
과 여자애들한테 사탕이나 돌릴까 했는데 화이트 데이 날짜를 착각하는 바람에 못 줬다. ...어차피 졸업까지 1년 남았을 뿐이고, 친한 여자애들도 없고, 굳이 잘 보여봤자 얻을 것도 없으니 올해는 그냥 건너뛸까 하다가... 몇 봉지 사왔다. 몇 봉지 밖에 안 샀는 데도 거의 만원이 나갔다, 쯧. 그냥... 학교 다니면서 매 해마다 그렇게 해 온 관성일 뿐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