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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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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2161927555&code=990339

...<시크릿 가든>의 작가도 밥과 김치가 없었던 최고은처럼 반지하방에서 사흘간 과자 한 봉지로 버틴 적이 있다고 했다. 다행히 그는 가난에서 탈출했지만 그의 성공이 그의 가난과 굶주림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그가 비운 자리를 다른 사람, 가령 최고은 같은 이가 물려받는다면 그의 예외적인 성공을 공유하기는 어렵다. 만약 20대라면 실업자일 가능성이 높고, 중년이라 해도 비정규직이기 쉬우며 큰 병에 걸리면 가정이 파탄나고, 늙는 것은 곧 가난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사회에서 가난한 여자가 구원받는 길은 재벌2세의 여자가 되는 것이라는 환상을 퍼뜨리는 한 세상은 쉬 변하지 않을 것이다. 먹는 밥의 한 숟가락, 하루 중 단 몇 분, 번 돈과 노동의 일부라도 세상을 바꾸는 데 쓰지 않으면 죽음의 행진을 막을 수 없다. 내가 돈과 시간을 내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도 못한다. 내가 그렇게 못할 사정이 있다면, 다른 사람도 사정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 그래도 하지 않겠다면 죽음의 공포가 연탄가스처럼 스며드는 이 조용한 사회에서 당신은 죽을 각오로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당신만이라도 살아남는다면 다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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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머니의 아르바이트를 평일 새벽마다 도와드리고 있다. 사무실을 청소하는 일이다. 5시 반에 일어나 6시까지 도착해 청소기를 돌리고, 쓰레기를 비우고, 대걸레질을 하고, 휴게실에서 대충 아침을 먹고, 정리해 둔 쓰레기를 묶어 1층으로 나르고 나면 9시 반 정도가 된다. 어머니는 그대로 출근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는 씻고 잠시 눈을 붙였다가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소설을 마저 쓴다(이번 소설은 꽤나 개인적인, '나를 위한' 글이 될 듯 하다). 나는 곧 복학해서 학교로 돌아가야 하고, 어머니는 혼자 그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아침에 일을 마치고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가 다른 구역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곁 귀로 들었다. "국민학교도 못 나왔고, 배운 게 없다 보니까 이런 일을 해요. 손녀가 6학년인데, 며칠 전에 만나서 짜장면 한 그릇 사주니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여기 1층 중국집이 맛있거든요. 걔라도 저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할텐데..."

그 아주머니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어쨌든 이 일은 지저분하고, 힘들고, 돈은 안 되고, 종종 창피하기도 하다. 평소엔 '가난 자체는 부끄럽지 않다'고 여기던 나 역시도 고급차를 세워두고 휘파람을 불며 걸어가는 사람 옆으로 쓰레기 봉투를 끌고 가는 게 거북할 때가 종종 있다. 최소한 자기 손녀만이라도 그런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 아주머니의 소망은 한 없이 소박하고, 어찌보면 무척이나 인간적인 것이다.

현대의 많은 나라들이 '평등 사회'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모든 국민들이 인간적으로 동등한 위치라는 의미가 아니라, 타고난 신분이나 지위 대신 돈이나 권력, 사회적 공헌도, 기타 무언가 다른 기준에 의해 계급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선천적 태생이 그러한 기준을 결정하는데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출생의 비밀' '뒤바뀐 운명'을 다루는 그 숱한 드라마와 펄프 소설들이 오늘도 '진정한 나는 이런 데서 이런 일을 할 팔자가 아니다'라는 판타지를 부풀리고 있다. 그건 이미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헌정 수립 이래 가장 자유롭고 민주적인 정부였던 지난 10년 동안조차도 그러했다. 그리고 지금 이명박이 그토록 목소리 높여 강조하는 '국격 있는' '경쟁력 있는' '실용적인' 한국은 그를 정당화하는 분위기를 확고히 해가고 있다.

혁파를 위해서는 자신의 가난함을, 남루함으로서의 정체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체성을 공유하는 이들과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의식을 가지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오직 '손녀가 나 같은 일을 하고 살지 않기만을 바라는' 그 아주머니의 소망은 슬프기까지 하다.


나는 이 지점에서 커다란 모순에 직면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강함', 추구하는 것은 '명예'다. 거기에 '결코 폭압과 부조리에 굴복하지 않는 나 자신'은 있지만 '그 폭압과 부조리가 없는 사회'는 없다. 나는 나 자신이 끝까지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임은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와 어깨를 걸고, 같은 이상을 위해 공투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인간을 믿지 못하면서, 거기에 무슨 '대의'가 있을 수 있을까.


...모순이라도 괜찮다. 잘못되어 있어도 괜찮다. 견디고 살아갈 수 있다.


다르게 사는 법은 알지 못한다.

......


홍대 청소 용역 노동자들은, 잘 싸워주고 있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

http://media.daum.net/society/view.html?cateid=1067&newsid=20110220125404906&p=moneytoday

...다행이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