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해리스가 됐다 해도 중동 지역 통제를 위해서 이스라엘 지원은 계속할테고, 미국의 오만하고 강압적인 대외정책은 변함 없을 것이며, 지구 환경은 계속 조져질테고,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친 트럼프 성향 대기업 오너들은 어떻게든 살 길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노골적인 천박함과 추잡함보다는 덜 나쁘다고 생각해왔고 그래서 지금의 결과가 쓰라리다. 말하자면 한국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도 가난한 좌파인 나로서는 그다지 나아지는 게 없고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꼬우면 국혐 찍을 거냐고 빈정대는 꼴 볼 때마다 한 대 치고 싶지만 국혐이 정권을 잡으면 돌이킬 수 없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과 비슷하다. 술 한 잔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시니까 오늘따라 술도 잘 안 받더라고, 썅.
사실은 박근혜 때부터 막연히 느끼고 있었다. 안 그래도 사바세계는 원래 어둡고 비참한 곳인데다가, 그냥 지금이.... 이런 시대인 거라고. 기후 격변에, 전쟁과 역병이 창궐하고,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차별과 증오가 넘쳐나고, 그 속에서 나 자신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더욱 나약해지고 비겁해지기를 강요받는 시대라고. 그게 확실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시대를 살아간다는 게 그 강요 앞에 굴종할 이유는 되지 못할 것이다. 비록 나는 빨리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기만을 바라는 인간이 되었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 죽을 생각까지는 없고, 살아 있는 한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러하길 바란다.
하지만 지금이 바로 종말의 시기이며 두 개의 달이 떠오르는 밤이라는 예감을 떨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