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충이 어쩌고 페미가 저쩌고 하는 헛소리는 거른다 쳐도 너무 악평이 많아서 거의 1년을 미루다가 뒤늦게 봤다. 일단 내가 보기에는 2, 3가지 정도의 눈에 확 띄는 결점이 있는데, 그 결점을 빼면 그렇게까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결점 1)포의 선상반란
라스트 제다이의 중요한 테마는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실패가 비극적인 장엄함을 갖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 있어 깊이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포 다메론은 핀과 로즈의 개별 행동을 서포트하기 위해서 레아 이후 공식적인 리더로 추대된 홀도 사령관에게 총까지 들이댄다. 이 전개에 있어서는 아무런 불만도 없는데... 핀과 레이가 결국 실패한 이후 정작 포는 큰 처벌을 받지 않고, 게다가 작중에서 홀도 사령관 본인이 나중에 레아에게 그가 마음에 든다고 언급함으로써 감정적인 면죄부까지 쥐어줬다. 관객이 포의 실패와 그 의미를 충분히 곰씹기 전에 작중에서 등장인물들이 'ㅇㅇ 괜찮음' '사적으론 유감 없음'으로 결론을 내버려서... 감정선을 따라잡기가 힘들다.
영화의 테마를 부각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더 힘을 줘서, 정당한 신임 사령관에게 총을 겨눈다는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의 번민과 결국 자신의 행동이 (최소한 작중 인물들이 느끼기에는) 무의미했음을 깨닫고 괴로워하는 묘사, 그리고 홀도 사령관 역시 그런 그를 이해하면서도 입장 상 포를 처벌하며 씁쓸해 하는 묘사 등이 짧게라도 드러나야 했다. 러닝타임 문제 상 어쩔 수 없다고? 그럼 다른 걸 잘라냈어야지... 카지노 씬 같은 거 말야... 제일 중요한 주제의 연출이 이렇게 설렁설렁해서는 그런 중요한 '실패'의 무게감이 와닿지가 않는다.
결점 2-1)핀의 카미카제
....그 상황에서 꼭 포구를 향해 직접 개돌해야 돼? 여럿이서 포구 안 쪽으로 미사일이나 레이저 쏴 넣어서 내부 폭파를 시킨다거나 하면 안 되는 거야? 원래는 감동적이어야 하는 타이밍인데 너무 작위적이어서 짜식기만 한다. 게다가 카미카제로 비장함을 끌어내는 수작, 21세기 영화에서 써먹기엔 너무 촌스럽지 않아?
결점 2-2)핀과 로즈의 뜬금포 로맨스
ㅅㅂ
남초 사이트 등지에서 로즈 티코 발암이라고 쌍욕하길래 큰 삽질이라도 하나보다 생각하면서 봤는데 진짜 의외로 그런 쪽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짜증이 솟구쳤다. 이놈의 헐리웃은 그 놈의 억지 로맨스 좀 못 때려 치우냐.
PS=제다이의 귀환에서 "It's a trap!"이란 명대사를 남겼던 아크바 제독이 대사 한 마디로 사망처리된 건 굉장히 아쉽다.
PS2=고뇌하는 루크를 보면서 '요다나 오비완은 어디 갔냐'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에 포스의 영으로 요다가 나타나서 놀랐다. 요다가 나온다는 걸 전혀 모르고 봤던 터라 깜놀 2배. 타이밍 보소....
PS3=루크가 허무하게 죽는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어서 걱정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루크 스카이워커는 작품 외적으로도 미국에선 신화적인 위치의 영화 시리즈의 주인공이고, 작품 내적으로는 전설적인 대영웅이다. 그런 그가 전면에 나서 버리면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스타워즈 트릴로지의 주역들이 묻혀 버리게 된다. 그런 걸 고려하면 화려하게 퇴장할 필요가 있긴 했는데, 그 마지막은 무척 좋았다. 그나마 아쉬운 부분은 '요다 보니까 포스의 영 상태에서도 포스 능력은 쓸 수 있는 모양이던데 헉스가 끌고 온 공성포나 AT AT 좀 화끈하게 때려 부숴주지.... 안 그래도 액션 분이 부족한데...' 싶은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