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체는 그냥저냥 평범 무난한 수준의, 전형적인 엑소시스트 아류작 호러 영화다. 노잼까지는 아닌데, 에릭 바나의 연기 말고는 딱히 훌륭한 부분도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독특한 부분이 있는데... 악마에게 씌인 사람이 이라크 귀환병이었다는 설정이다. 그가 이라크에서 왠 지하 동굴에 들어갔다가 씌인 채로 귀국했던 게 문제의 근원으로 묘사된다.
어떤 관점에서 보자면 조지고 부시는 그 전 대통령이 목놓아 주장했던 대로 '이라크는 악의 제국이고, 이 영화는 이라크가 일종의 지옥이며 거기서 유래한 악마가 미국으로 왔다'는 식의 제노포비아를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부제가 Deliver us from evil, 즉 '악으로부터 우리에게 보내진 것'이라는 것도 이 해석의 근거가 된다).
그러나 다르게 보자면 지옥은 '이라크'가 아니라 '이라크 전쟁' 그 자체이며, 이 영화는 이라크나 이라크 인(혹은 무슬림)을 악마화하기보다는 이라크 전쟁이 미국에 남긴 상흔 자체를 은유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작중에서 랄프 형사가 하는 고민의 내용을 보자면 9.11 자체는 용서할 수 없는 테러이되 전쟁을 일으켜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는 반성적인 의미를 읽어낼 수도 있고(이 쪽 해석을 확대하자면 신앙의 힘으로 그 상처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어느 쪽 해석이건 개인적으로는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애초에 탈레반 훈련시키고 무기 제공한 거 니네였거든ㅋ 하지만, '미국인의 입장에서 이라크 전쟁을 어떻게 돌아보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