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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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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통해 정치적 주제나 정치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가치'를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송곳>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이 만화가 어필할 수 있는 이유는, 민주주의의 대의라거나 시대적 정의 같은 걸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수인이라는- 그저 평균보다 약간 더 정의감 강하고 올곧은 인물을 통해 누구나 일상적으로 접하는 현실의 불의와, 그를 마주한 인간의 두려움, 무력감, 분노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것보다 '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내가 특별히 고결하고 영웅적이어서가 아니라, 그 반대로 한 없이 야비하고 비굴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난 두 번 다시 그렇게 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런 테마들에 감동하고, 스스로 그런 테마들을 그려내고 싶어하는 거다.

 

최규석 씨는 네이버에 <송곳>을 연재하기로 한 이유로 '어린 독자들이 보고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게끔 하기 좋아서'라고 말했다. 훌륭한 이유다. 하지만, 나는 오직 '두 번 다시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그 이유 뿐이기에- 즉 쓰는 나 자신을 다잡고 채찍질하기 위해서 소설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뿐, 이로서 사람들을 바꿔 놓을 수 있다고 여기지는 않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어필할 만한 설득력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가 없다.

 

 

그 간극이 끔찍하리만큼 먹먹하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