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에 있던 SF/판타지 도서관이 이관하면서 짐을 줄이기 위해 창고 떨이를 했을 때 가서 산 책. 오컬트 분석 파트는 아는 내용도 많았고, 작자가 썩 글을 매끄럽게 잘 쓰는 편이 아니긴 했지만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구미호 파트에서 환빠스러운 내용이 있어 그게 영 마음에 안 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넘길 생각.
소개된 영화들 중 명작이나 아직 못 봤지만 흥미로운 것들을 대충 정리.
1. 귀신들림과 엑소시스트
1)엑소시스트
2)엑소시스트3
3)엑소시스트 더 비기닝
4)엑소시스트 프리퀄
*둘 다 1편의 프리퀄로 만들어진 작품. 배경과 주인공이 동일하다. 폴 슈레이더 감독의 프리퀄이 먼저 제작되었으나 워너브라더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레니 할린 감독을 기용해 새로 찍은 게 더 비기닝. 둘 다 평균 수준은 되고, 두 감독의 스타일이 전혀 다르기에 흥미로운 비교가 가능하다.
5)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악마에게 빙의된 소녀, 에밀리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는 설정. 1970년대 독일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다.
6)세뭄
엑소시스트 1편의 이슬람교 버젼.
7)너 또한 별이 되어
엑소시스트의 서사 구조를 다수 차용해 온 한국 영화. 강령회, 유체 이탈, 사후 세계, 빙의, 엑토플라즘, 지박령, 배후령, 구명시식 등의 소재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신성일, 이순재, 신구 등이 출연했다.
2. 흡혈귀
1)노스페라투
2)이자벨 아자니의 뱀파이어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이 만든 1)의 리메이크. 패닉 상태에 빠진 사람들의 묘사와 독일 프로그레시브 락 밴드 포풀 부의 음악이 강렬하다.
3)뱀파이어의 그림자
1)의 촬영 상황을 배경으로 한 메타 필름.
4)흡혈귀 고케미도로
사토 하지메 감독의, 외계인과 흡혈귀라는 안 어울리는 소재를 훌륭하게 뒤섞은 작품. 강한 사회적 메시지와 평화 담론을 담고 있다.
5)렛미인
6)박쥐
7)관 속의 드라큘라
드라큘라 백작이 한국에 들어와 처녀들을 꼬신다는 흠좀무한 내용. 입국 직후 피를 구할 수 없어 수혈팩을 빨거나 여자를 꼬시기 위해 나이트에 가는 더욱 흠좀무한 장면. 드라큘라가 교회 성직자의 십자가를 날려버리고 이를 드러내며 달려드는 순간 어디선가 스님이 나타나 염주로 드라큘라의 목을 눌러 제압하는 흠좀무를 넘어 충공깽스러운 장면이 나온다.
8)뱀파이어와의 인터뷰
9)악마의 키스
가장 우아하고 세련된 뱀파이어 영화(라고 글쓴이는 평하고 있다). 레즈비언 뱀파이어를 소재로 까뜨린 드뇌브, 수잔 서랜든, 데이빗 보위라는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 배경 음악도 훌륭하다.
3. 구미호
1)천년호
신상옥 감독의 69년도 작품. 통일 신라 말기 진성 여왕은 북방의 영토 전쟁에서 승전하고 돌아온 김원랑 장군을 위로하며 은근히 유혹하나 김원랑 장군은 아내 여화가 있다. 여왕은 수하를 시켜 여화를 도성 밖으로 쫓아내고, 여화는 산적을 만나 도망치다 호수에 뛰어들어 자살한다. 그런데도 아직 여화의 몸에 온기가 있어 원랑은 그녀의 시신을 집으로 옮겨오고, 한 노인이 호수의 천년 묵은 여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여화에게 여우의 혼이 씌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나 원랑은 듣지 않는다. 그리고 되살아난 여화는 천년호의 계시를 받고서 여왕을 죽이려고 한다...는 내용.
2)구미호 가족
한국 뮤지컬 호러의 명작.
4. 늑대인간
1)울프맨
늑대인간 스토리의 시초. 합리주의자인 아들 래리(“전기 기구나 진공관, 전선처럼 손으로 다룰 수 있는 거라면 이해가 쉬울텐데 이건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으니..”)와 영성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아버지 탈보트 백작(“이 세상은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으며 모든 일은 인간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내세에 대한 믿음은 현세의 상치되는 논리들에 지친 인간의 정신에 균형을 찾아주는 평형추 역할을 하지.”)의 대비가 강렬하다. 물질문명주의적인 아들은 늑대인간이 되고 영성이 강한 아버지는 늑대인간으로 변한 아들을 죽이게 된다는 아이러니가 묵직하다.
2)늑대의 혈족
현실과 꿈을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되고 꿈 속에서조차 주인공의 할머니가 들려주는 각기 다른 4개의 늑대인간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산만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징으로 점철되어 있어 상당히 난해한 편. 언니의 빨간 립스틱을 훔쳐 바르고 잠든 주인공 로잘린은 초경을 시작한 여성을 의미하고, 영화 속 꿈에 자주 등장하는 오솔길은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하는 과정을 의미하고, 로잘린이 입고 있는 흰 옷은 그녀의 순결을 나타내며 나중에 걸치게 되는 빨간 망토는 그녀가 점차 숙녀가 되어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식. 사춘기 소녀의 성적 불안과 앞날에 대한 공포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3)하울링
늑대인간 영화 최고의 반전을 자랑한다.
4)울프
5)진저스냅
외톨이 사춘기 소녀의 정신적 불안과 거기서 파생되는 이상한 힘, 소녀에서 어른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변신’으로 표현한 일종의 성장 동화.
6)나자리노
주제곡 When a child is born으로 유명.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저주를 받은 소년 나자리노와 악마의 계약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에 사랑했던 소녀 그리셀다와 함께 천국으로 향하는 나자리노에게 악마는 “천국에 들어가거든 하느님께 나도 구원해달라고 부탁해주게”라고 말한다. 그 외에도 사랑을 위해 저주를 감수하는 나자리노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시종 악마에게 “사랑이 뭐길래 저러지?”라고 묻는 등 묘하게 인간적이면서도 쓸쓸해 보이는 악마의 묘사가 인상적.
5. 좀비
1)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실제 보코르가 감수하고 지도한 부두교 의식의 세밀한 묘사. ‘진짜 부두교 좀비’를 볼 수 있다.
2)로메로 감독의 시체 3부작(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시체들의 새벽, 시체들의 날)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은 베트남전의 음울한 후유증과 무분별한 과학 발전에 대한 경고, 시체들의 새벽은 사치스런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시체들의 날은 인간의 본성을 각각 다루고 있다.
3)28일 후, 28주 후
28일 후는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 하에서 생기는 성욕의 문제, 28주 후는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4)REC
5)좀비오
6)델라모테 델라모레
미셸 소아비 감독의 작품. 델라모테(Dellamorte)는 죽음의 방법을, 델라모레(Dellamore)는 사랑의 방법을 각각 의미한다. 주인공 프란체스코 델라모테는 묘지 관리인으로, 그 묘지는 시체를 묻으면 되살아나 좀비 상태로 돌아다니기에 그 뒤처리를 해야 한다. 늘 권총을 차고 다니며 정신박약아 조수와 함께 좀비들의 머리통을 수시로 날려 버리는데, 늘 반복되는 일이라 공포보다는 지루함이 더 고역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묘지에 들어온 미모의 미망인을 본 프란체스코는 한눈에 그녀에게 반하고 그녀를 유혹해 한밤 중의 묘지에서 섹스를 하는데 그 때 그 미망인의 남편 시체가 좀비로 일어나 그녀를 물어 버린다. 그녀 역시 좀비가 되어 일어나자 그녀를 쏠 수밖에 없었던 프란체스코는 그 후 그녀와 닮은 여자들이 창녀나 시장의 비서로 계속 등장하며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경험을 한다. 한편 조수 역시 시장의 딸에게 반해있던 중 그녀가 교통사고로 묘지에 들어오자 좀비가 된 그녀의 목을 잘라 자신의 방에 보관해둔 채 매일 밤 음식을 가져다주고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그 와중에도 좀비들은 계속 늘어나고, 프란체스코와 조수는 각자 못 이룬 사랑을 품은 채 죽은 자들과의 처절한 대결을 계속한다. 이것은 환상인가 실제인가? 그들은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감독의 인터뷰에 의하면 그 묘지에서 시체들이 계속 좀비로 일어나는 이유는 묘지에서 자생하는 만드라고라 때문이라고 한다.
7)도쿄 좀비
도쿄에는 어느 날부터 도심 가운데 큰 산이 생기기 시작한다. 각종 폐기물이 하나 둘 버려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빌딩의 높이를 넘고 후지산과 맞먹는 크기가 된다. 사람들은 그 쓰레기 산을 ‘검은 후지산’이라고 부르며 쓰레기만이 아니라 사람의 시체까지 묻는 곳으로 쓰게 된다. 온갖 욕망이 뒤엉킨, 쓰레기보다 쓰레기 같은 인간의 추악함이 산을 뒤덮었을 때 그 안에 묻힌 시체들이 각종 폐기물 찌꺼기에 오염되어 좀비로 변해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산자락 밑에 있는 소화기 공장의 직원인 미츠오와 후지오는 휴식 시간을 이용해 격투기 연습을 하고 있다. 후지오는 유도의 달인으로 ‘남자라면 러시아에 가 최강의 무슬을 익혀야 한다’며 미츠오에게 매일 연습을 시키고 있었는데 사장에게 들키자 얼떨결에 사장을 소화기로 내리쳐 죽이고 만다.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둘은 검은 후지산으로 가지만 돌아오는 길에 청년 하나를 또 치어죽이는 등 어처구니 없는 살인의 연속이 이어진다. 다음 날 자신들이 죽인 사장과 청년이 좀비가 되어 돌아오고 다른 좀비들까지 쫓아오자 둘은 도망치지만 편의점에서 좀비에게 쫓기는 여자를 구해주다 후지오는 좀비에게 물린다. 좀비가 되느니 인간답게 죽고 싶다며 후지오는 다리 난간에서 몸을 던진다. 5년 뒤 일본 전역은 좀비에게 점령당했고 일부 부자들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좀비들의 접근을 막은 채 그 안에서 사치를 즐기며 가난한 자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다. 미츠오는 5년 전 그날 이후 겨우 목숨을 건졌으나 먹고살기 위해 부자들의 구역으로 들어가 원형 경기장에서 좀비들과 싸우는 위험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가슴 한편에는 러시아에 가 최강의 무술을 배우겠다는 꿈을 품은 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어느 날 새로 구한 좀비와의 대결을 위해 경기장에 들어선 미츠오는 그 좀비가 후지오라는 걸 알고 경악한다...
6. 강시
1)인혁인
한국 개봉명은 속 귀타귀(영명은 The dead and the deadly). 영화 자체는 그냥저냥하지만 장례를 지내는 모습, 장지까지 관을 운반하는 행렬, 도사들이 입회하는 입관 절차 등 청나라 때의 장례 절차를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 중국인들은 사람이 죽고 7일 뒤 영혼이 빠져 나가는데, 영혼이 저승길로 떠나기 전 관 밑에 등불을 둬 길을 잃지 않게 한 후 관 옆에 밥을 차려주고 먹게 한다. 그 때 밥은 밥 한 그릇에 또 한 그릇을 거꾸로 포개어 위에 놓은 그릇을 뺀 뒤 고봉으로 올려놓는다. 그 뒤 14일째 되는 날 떠났던 영혼은 저승사자들과 한번 더 자신의 시체를 찾아오는데 이때 굴뚝 밑에 사다리를 가져다 둔다. 죽은 자를 살리고 싶으면 이 때가 마지막 기회인데 저승사자를 어떻게 상대하느냐가 관건. 저승사자들은 삶은 계란을 좋아하는데 술 항아리 속에 삶은 계란을 넣어두면 그것을 먹기 위해 술동이에 있는 술을 모두 마시고 곯아떨어지게 된다. 죽은 영혼은 딱정벌레 같은 곤충의 모습으로 돌아오는데 이것을 알아보려면 미리 지붕에 횟가루를 덮어놔야 한다. 곤충 다리에 흰 횟가루가 묻어 있으면 그것이 바로 영혼이다. 망자를 되살리고 싶으면 그 벌레를 잡아 여성의 생리대로 감싸두면 저승사자들이 찾지 못하고, 동틀 때까지 그렇게 버티면 저승사자는 떠나고 망자의 혼은 다시 시신으로 돌아가 회생한다고 전해진다.
2)강시선생 시리즈
강시선생(Mr. Vampire) 1985년작
강시선생2:강시가족(Mr. Vampire2) 1986년작
강시선생3:영환선생(Mr. Vampire3) 1987년작
강시선생4:강시숙숙(Mr. Vampire Saga) 1988년작
강시선생5:신강시선생(New Mr. Vampire) 1992년작
1편이 가장 명작으로 꼽힌다. 2편은 좆구림. 3편은 착한 강시 형제가 등장하는 것 외엔 평범. 홍금보&임정영 콤비가 함께 찍은 마지막 작품. 홍금보는 이후 강시선생 시리즈를 더 이상 찍지 않았고 임정영 역시 4편은 건너뛰고 5편에 출연.
7. 한국의 귀신과 유령
1)여고괴담
2)소름
귀신이 직접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영화 자체가 귀신 냄새로 가득한 ‘진짜 귀신’ 영화.
3)알포인트
4)목두기 비디오
8. 외국의 귀신과 유령
1)식스센스
2)디 아더스
3)실크
일본 정부 소속 과학자 하시모토는 부하직원들과 대만에서 유령에 관한 실험을 하고 있다. 전자파를 이용한 인조 블랙홀로 일종의 반중력장을 생성해 귀신을 잡아 들이는 멩거 스폰지라는 장치로 떠돌이 소년 유령을 잡아 유령이 된 원인을 밝히려 한다. 그러나 소년 유령이 중얼대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특수 수사대의 예치퉁 형사를 포섭해 소년 유령의 입모양을 보고 정보를 캐려 한다. 그러나 연구소에서의 실험으로만 만족할 수 없었던 하시모토는 유령을 밖으로 풀어주고 이를 뒤쫓는 예치퉁 형사는 소년의 죽음에 대한 전모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장애인이 느끼는 사회적 모멸감, 학교에서의 왕따 문제, 부모와 자식 간의 연민 등이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