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는 더 이상 촛불을 말하지 않는다. 언급하더라도, 작년 여름만을 회상할 뿐 촛불은 이미 꺼졌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그 날 그 자리에 모인 얼마 안 되는 사람들(100여 명도 되지 않았다)의 손에는 여전히 촛불이 빛나고 있었다.
난 사실 민노당을 좋아하지 않는다. 강경 투쟁 일변도라는 경향성도 그렇고, 내부에 포진한 종북주의자들에 대한 배제가 미적지근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자신의 주장만 앞세우고 상대를 이해하려고는 하지 않는' 태도가 가장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은 새겨 들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주장만이 옳은 건 아니다.
하지만, 친한 동생에게 문자로 농담하듯이 말했던 대로.... 버닝 리전을 앞에 두고 얼라와 호드가 갈려서 싸우고 있는 지금 상황도 결코 좋지는 않다. 결국엔 함께 가야 한다. 이명박이라는, 한나라당이라는, 공화국 대한민국의 가장 어둡고 부정한 일면 앞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왜 그 바위 위에 몸을 던지셨겠습니까. 죽음으로 항거하지 않으면 가족도, 함께했던 동료들도 또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많은 지지자들도, 그보다 더 나아가 우리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다는 그런 엄청난 고뇌와 결단을 하신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어온 민주주의의 역사를 무너뜨리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주의,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 진보세력 전반에 대한 그 노골적인 탄압에 대해 맞서 이 몸 하나 던져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민주주의 불꽃을 당기는 일은 자신이 몸을 던져 죽음으로 맞설 수 밖에 없었기에 전 대통령께서 몸을 던지신 것입니다. 바로 그렇기에 이명박 정권이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노조와 우리 노동자들이 그간 많은 피땀으로 일으켜 온 노동운동을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 환경도 죽이고, 교육도 죽이고, 전직 대통령도 죽이고, 4대 강도 죽이고, 서민 경제도 죽이고, 남북 관계도 죽이고, 노동운동도 죽이고, 다 죽이고 누구와 함께 살겠다는 것입니까. 1% 보수 재벌들, 특권층, 강부자, 부동산 투기하는 1% 특권층 재벌들과만 살겠다는 게 이명박 정권의 정치행보입니다.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 민노당은 시청에서 청와대까지 17일간 삼보일배를 하며 제발 반성하라, 그리고 잘못을 고백하고 국민 앞에 이제는 이렇게까지 않겠다, 청개구리 정치행보를 않겠다, 서민을 살리고 노동자를 살리고 자연환경을 살리고 교육에 신음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자유롭고 활달하게, 경제를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웃 친구들 학우들과 함께 손잡고 재미있게 일하는 그런 교육으로 다시 되돌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권은 들은 척도 안 했습니다. 용산 참사를 보십시오. 새벽에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그 때,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도 새벽에는 나쁜 짓은 안 한답니다. 저녁에 나쁜 짓을 많이 하지 새벽에 해가 떠오르는, 신선한 기운이 막 일어나는 이런 때에는 범죄도 잘 안 일어나는 시간입니다. 그 6시 1월 20일 새벽, 그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서민들은 모두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드는 그런 사업에서 몸부림치며 자기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망루를 세워 올라가 국민들에게 모두 해서 국민의 힘으로 철거민들이 자기들이 요구하는 것 조금 더 받고 어떻게든 생존권을 지켜보려고 하는 사람들을 죽여 버렸습니다. 불에 타 죽었는지 맞아 죽었는지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유가족들이 반년 간 거리에서 잠을 자며 몸부림치고 울부짖고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전국의 천주교 신부님들이 매일같이 시국 미사를 하고 있습니다. 박종철 치사고문 사건 때 탁치니 억하고 죽더라, 그걸 밝혀 낸 게 전국의 정의구현 사제단 신부님들이었습니다. 그 분들이 용산 참사를 잘 궤뚫어 보시고 이것은 이대로 넘어가선 안 된다, 이 정권은 진상을 규명하고 사죄하고 벌받지 않으면 온 국민에게 화가 미칠 수 있다 해가지고 신부님들이 전국적으로 용산 참사 현장을 찾아와 시국 미사를 올리고 전국에서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도 한 마디도 사과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이 용산 참사에 대해 해결을 보지 않으려 합니다. 더 이상 이 정권에게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민노당은 이명박 대통령을 퇴진시켜야만 이걸 해결할 수 있다 판단하고 퇴진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쌍용 자동차를 보십시오. 오늘 제가 어떤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가족들도 보지 못하고, 그 사랑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을 한번 안아보기 위해 아이들을 들여 보내 달라고 하자 엄마가 직접 아빠에게 아이 손을 잡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그들이 농성을 하고 있으면 상담요원들을 안에다 넣어 노동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당하지 않는지, 어떤 애로 사항이 있는지 상담도 하고 치료도 하고 예방도 하고 또 과격해지고 막 끝장을 보겠다고 하는 노동자들 안에 치료사나 상담사를 들여보내 합리적으로 대화하고 면담을 통해 그 사람들의 정신적 아픔을 어루만져 줘야 뭘 할텐데 그 아이들이 가서 엄마 아빠하면 극한 투쟁으로 나가려다가도 가족들을 생각해 이래선 안 되겠다 할텐데 그 조차도 못하게 하고, 엄마가 아빠한테 아이들을 직접 손을 잡지 못하게 하고 경찰을 들여 보내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경찰에게 아이를 보내려 하자 아이가 겁을 내서 경찰에게 안 가겠다고 울부짖고, 그런 아이를 경찰이 넘겨다가 아빠에게 넘겨주고... 아이들이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646명, 이 중 1800명이 나가고 850명 남았습니다. 이 노동자들이 지금 무급휴직을 반년이나 하겠다, 그 동안 막노동도 하고 공공근로도 할테니 고용만 유지해 달라, 그러면 우리가 공장을 가동시키게 협조해서 1800억이나 되는 체불 임금도 은행에 담보로 잡혀 놓고 그렇게까지 우리가 협조하겠다고 하는 데도 무조건 정리해고만을 하려고 합니다.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웃어도 같이 웃고 울어도 같이 우는 그런 세상이 되야지, 왜 소수 재벌들만 살찌는 것입니까. 2012년까지 100조원이라는 예산을 소수 특권자들 투기자들 재벌들 곳간을 채워줬습니다. 강제 통과시켜서. 금융 지원 정책으로 미분양 아파트 저가로 사줬습니다. 채권들, 어음, 유가 증권들, 다 챙겨 줬습니다. 안정 자금 같은 거, 구조 조정 불안정 같은 것들, 기금 같은 걸 만들어 그 어려워 하는 사람들은 버려놓고 금융 재벌들이 좀 힘들다니까 다 해결해 줬어요. 그 금융사들에게 한국 은행이 저금리로 다 지원해줬습니다. 800조가 새는 시중의 자금들이 흘러 다니며 부동산 투기 열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런 투기 자본들에게는 지원해주고 곳간을 채워주면서 서민들, 용산 참사, 비정규직, 최저 임금에서 허덕이는 저임금 노동자들, 이 자리에 있는 노점상들, 우리 사회 밑바닥에서 절규하는 이들은 왜 쳐다보지 않는 겁니까. 그러고서도 잘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여러 자식이 있지만 잘 사는 자식들 잘 살기를 바라지만, 그 중 가난하고 병들고 몸 약한 자식이 있다면 최우선적으로 그 자식을 위해 부모가 도와주고 배려하고 끌어안고 일어서게 먼저 베풀어 주는 게 부모 마음입니다. 정치하는 사람들, 국민의 머슴입니다. 국민을 주인처럼 섬기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 사회 밑바닥에서 어려워하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에게 우선 지원을 해주고 도와주는 게 도리 아닙니까 여러분.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완전히 거꾸로 하고 있습니다. 그걸 용납해선 안됩니다. 그래서 우리 민노당은 거리 연설을 통해 우리 시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이명박 정권이 끝까지 반성하지 않고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을 퇴진 시키는데 국민들이 함께 합니다라고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시간이 많이 가서 하지 않겠습니다. 국회는 행정부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의 꼭두각시로 만들고 있습니다. 야당들이 힘을 좀 모아서 이런 것들을 단번에 박살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야당들도 똑같다고, 뭐 하겠나 생각하지 마시고, 일단 여기 있지 않습니까 그죠? 우리가 마음만 단단히 먹고 생각만 단단히 하면 기적도 일으킬 수 있는 겁니다. 우리 숫자가 적지만 작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진리고 정의고 옳은 것이기에 바로 자기 몸을 녹여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우리가 생각을 올바르게 가지고 진리의 길을 외치고 나아가면 아무리 어둠이 짙어도 촛불 하나로 어둠이 물러가듯, 우리가 이 사회를 올바르게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한 시민단체 대표 분이 강기갑 의원께 전해 달라면서 보좌관(으로 추정)에게 건넨 천. '함께 비 맞으면 비 갠 하늘 더욱 맑고 푸르네.'라고 적혀 있다. 작년 촛불집회 현장에 만난 민노당 당원 하나도 그런 말을 했었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을 건네 주는 사람도 고맙지만 같이 비를 맞아주는 사람이 더 절실할 때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