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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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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투표 독려 포스팅... 을 할 생각이었지만, 너무 늦은 시간인데다 떠오르는 문구들이 어째 지나치게 선정적이라 GG. 대신 혼란스런 정국에 생각을 정리하는, '나를 위한' 글줄이나 몇 자 적어둔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계속 감소 추세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 막장을 달리는 데도 아직 10% 후반 씩이나 된다는 게 속쓰리지만 그거야 내 반 한나라당 성향이 워낙 완강하니 그렇게 느껴지는 거고... 객관적으로 봐도 취임 100일 만에 이 정도의 지지율 감소는 기록적이긴 하다.

이런 상황에서 추론해 봤을 때, 통합민주당의 전략은 뻔하다. 보궐 선거는 대체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데다, 평일이니만큼 더 낮아질 것이다. 이번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병맛 외교를 직접적인 계기로 촉발된, 그간 누적되어 온 현 정권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그에 대한 폭력 진압- 그리고 여당에의 민심 이반은 통합민주당에 있어 결정적인 호재다.

촛불집회에 개인 자격으로 참가한 통합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참가자들에게 엄청난 야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만일 오늘 보궐 선거 결과 통합민주당이 승리한다면 그들은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어부지리를 챙기는 결과가 된다.

'시민 여러분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촛불집회의 순수성에 정치논리를 끼워넣고 싶지 않아 참가를 자제했다+이제 반격의 기틀이 놓인 셈이니 나머지는 우리가 하겠다+시민 여러분들은 그만 가정으로 돌아가 달라',

라는 식의 너무도 뻔뻔한, 하지만 너무도 매끄러운 핑계거리까지 손에 넣은 채로.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승리한다면?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그렇게 된다면 진정으로 막장이 된다. 장관 고시 확정, 대운하 착공, 공공 서비스 민영화. 이미 여대 야소인 원내 상태에서 그들에게 재갈을 물릴 수 있는 세력은 아무 것도 없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수 십년을 퇴보할 테고, 지난 10년 동안 이룬 성취를 되찾기 위해서는 더욱 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다만 모든 걸 포기해 버리고 마는 건 얼마나 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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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암울한 현실이라 해도 말이지(담배)

어디까지나 내 느낌이지만... 이 켜켜이 쌓인 어둠은 쉬이 물러가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나 자신을 포함해... 지금까지도 이미 너무 많이 잃어온 사람들이 앞으로도 많은 고통을 겪고,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엄혹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모든 것을 그토록 가벼이 내던져도 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적어도 아직까지 난 살아 있고 앞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들을 견뎌나갈 자신이 있다. 살고자 하는 자는 살 권리가 있다고, 누가 말했던가.

창 밖에서는 지금... 밤의 가장 어두운 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새벽 하늘이 밝아 오는 게 보인다. 난 과연 지금 이 땅에 또아리를 튼 암울이 이 밤의 어둠과 함께 걷혀 나갈 수 있을 지 알지 못한다. 가끔은 느낀다. 나의 투쟁도, 나의 의지도 언젠가는 종막을 고하리라는 걸. 세계는 개인보다 강하며, 끝내는 나 역시도 절망하여 내가 가장 혐오하는 자들과 같아질지도 모른다는 걸.

그리고 이 땅의 새로운 새벽은, 굴복하여 쓰러진 나의 시신 위로 밝아 올지도 모른다는 걸.

기왕 그렇다면 그 때를 조금이라도 늦춰 보기 위해- 가능하다면 내가 나로 남은 채 그 새벽을 보기 위해, 무언가를 더 시도해 보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난, 오늘 투표를 하러 갈 것이다.

저번 총선 때 이미 한번 써먹었지만 여전히 적절한 짤방 하나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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