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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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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간도 제법 지났겠다... 내부적으로 감정 정리도 어느 정도 된 참이라, 그 일로부터 배운 것을 좀 더 명확히 해두고자 몇 자 적는다.

예전 네이뷁 블로그를 쓸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단단히 반한 분이 있었고, 내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한참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그 때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지인 분(이하 A님)이 여러 모로 신경 써 주시고 조언도 해 주셨다.

난 어머니와 그다지 친밀한 관계가 아니다. 물론 난 어머니를 가족으로써 사랑하지만, 속에 있는 이야기를 부담 없이 털어 놓기에는... 뭐랄까,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당시엔 깨닫지 못했지만, 상냥하게 신경 써 주시는 A님에게 어머니의 모습을 구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난 당시 반했던 분에게 고백하고, 차였다. 지금의 난 그 분에 대한 마음을 접었고, 이제는 평정을 잃는 법 없이 그 분을 대할 수 있게 되었지만(그 분이 좋은 사람이어서 다행이다) 당시에는 꽤나 우울해 했고... A님께 투정을 좀 부렸었다. 나 답지 않은 어리광도 부렸고, 흠흠;;

나는 전혀 예상에 넣지 않고 있었지만... A님은 그런 내가 상당히 부담스러우셨던 모양이다. 자신에게 이성으로써의 호감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셨던 것 같기도 하고. 결국 A님은 '너와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고, 어느 정도의 선을 유지했으면 한다'는 의사를 전해 오셨다.

뭐랄까... 그 분에게 차였던 것보다, 이 쪽에 훨씬 더 상처 받았다.

예전에 내게 '좀 더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 보이고 편히 대해 봐라'라고 말했던 건, 바로 A님이었기에.

이 사람이라면, 나 자신도 의식하고 있던 내 주변의 벽을 좀 낮춰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기에.

그러나 슬픔도 슬픔이지만... 남에게 매달리려고만 하는 어린애 취급 당했다는 분노도 그만큼 컸다.

알고는 있었다. 내가 먼저 잘못한 것이라는 걸. A님이 오해했다고 해도, 객관적으로 봐서 내가 변명의 여지가 없도록 행동한 건 사실이라는 걸. 난 그것을 고통스럽게 인정했지만, 더 이상 뭔가 다른 걸 시도해 보기에는... 뭐랄까, 내 자존심이 너무도 강했다.

난 즉시 A님께 사과했고, A님도 자신이 요즘 스트레스가 쌓이는 바람에 더 매정하게 말한 것 같으니 너무 마음쓰지 말고 자주 연락하라고 하셨다. 그러나 관계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서먹해졌다는 건 A님과 나 모두 느끼고 있었다.


몇 년 전의 나는, 누구도 믿지 않은 채,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은 채 철저한 타자로 남겠다고 생각했었다. 대학에 오고, 군대에 갔다 온 이후로는 그 때의 내가 틀렸음을 깨닫고는.... 서툴게나마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A님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를 통해 예전의 나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는 기대를 가졌었고.

그러나 내가 어떤 의도를 가졌건 간에 그게 제대로 가닿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기대다. 시행착오를 거쳐 가며 조금씩 방법을 고쳐 나가야 할 문제지. 그러니 그건 끝난 이야기다. 난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서 그 사실을 배웠다.

후우... A님과 난 이미 서로의 블로그에 드나들지 않은 지 꽤 되었으니, 혹시라도 이 글을 A님이 보진 않겠지. 완전히 마음의 정리가 됐다고 생각했었는데.... 창 밖으로 달빛이 비치는 밤이라 그런지, 쓰다 보니 좀 센치해졌다.

난 A님을 원망하지 않는다, 어떤 이유를 갖다 붙이건 내가 잘못 했던 건 사실이니. 너절한 변명으로 자위하기엔... 내 자존심이 너무 강하다.
그러나 다시는, 예전처럼 A님께 속내를 털어놓고 편히 대하는 법은 결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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