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CALENDAR

«   2026/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AG CLOUD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몇 년 동안 한 집에서 산 사촌 누나가 극도의 쇠약 증상으로 입원 중이다. 지금도,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오늘 출근했다가 사수에게 혹시 조퇴 가능하냐고 물었다. 당장 할 생각은 아니고 만약 조퇴해야 할 상황이 생길 경우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다가 가족이 입원 중이라는 걸 말했는데... 사수는 별 관심 없는 듯하더라.

 

당연한 일이다. 사수는 대체로 괜찮은 사람이지만 나와는 별로 오래 본 사이도 아니고, 딱히 친분도 없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부사수가 그런 말을 해도 타인의 집안 일에 뭐라고 말 얹기가 애매할 것이다. 당장 지금 일터에 사람이 한 명 빠지면 구멍이 확 생기기도 하는 상태고. 

 

다만... 바로 얼마 전에 '비굴하게 웃으면서 남의 우산 밑으로 기어 들어가지 마라'라고 20년 전의 자신에게 조언해놓고, 무의식 중에 남에게 싸구려 위안을 얻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서 그게 좀 수치스럽다. 좋은 말 몇 마디, 사소한 친절 한두 번 따위로 나아질 리가 없다는 건 뼈저리게 아는데도, 또 무심코 그 따위 것에 의지하려 든 게 아닐까 해서.

 

내가 이런 인간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난, 홀로 낡고 닳아 부서져 갈 것이다. 빠를 수록 좋다.

 

그래도 누나는 잘 회복했으면 좋겠다.

 

+

 

난 어쩌면 결국 견디지 못하고 미쳐서 죽을 지도 모른다. 그런 삶도 있는 거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