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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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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90세의 나이로 전두환이 뒈졌다.

 

노태우 국장 결정을 두고, 인터넷 상에서 전라도 광주 출신이라는 어떤 사람이 문재인 정부의 판단을 실드치며 '전노 군사독재에 제일 큰 피해를 입은 광주에서도 이 정도면 ㅇㅋ라고 납득하는 분위기다' '솔직히 타 지역 출신이 에바터는 거 마음에 안 든다'고 하는 글을 봤다. 하지만 별로 동의할 수 없는 게,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독재 라인이 저지른 죄는 특정 지역민에 대한 학살과 차별만이 아니라, 한국의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부정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박정희에게 죽을 뻔했지만 미국 도움을 받아 살아남고 훗날 용서와 화해의 의지를 표시하셨던 건 개인적인 레벨에서는 미담일 수 있어도, 군사독재의 피해자가 본인만 있는 것도 아닌 이상 여전히 실책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영웅적인 개인의 업적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로 이뤄낸 성취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노태우를 국장 치르기로 결정한 것 역시 문재인 정부의 과오로 남을 것이다.

 

전두환에 대해선 뭐... 개인적으로는 어차피 감옥에 가지 않을 거, 한 10년 쯤 고통받다가 뒈지길 바랐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 그것만이 유감스러울 뿐이다. 다행히 이번에 전두환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결정됐고, 군바리들이나 몇몇 극우 유튜버, 국혐당 내에서도 소수 의원들이나 조문을 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난 불길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박근혜가 감옥에 갔을 때, 이제 군사독재와 그 부역자 빨아제끼는 패거리들은 더 이상 힘이 없고 이명박으로 상징되는 탈이념적, '실용적' 탐욕과 이기심만이 대한민국의 가장 큰 적이 되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범람하는 현재 시점에서 보자면 그 '실용적' 탐욕과 이기심은 얼마든지 군사독재로 상징되는 억압적이고 가부장적인 '힘'에 대한 욕망을 구체화할 그릇으로써 그 망령을 다시 무덤에서 불러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국혐당으로 대표되는 구 한나라당 계열 정당에서도 소장파(이준석 등) 의원이나 관료들은 최소한 군바리들과는 선을 긋고 싶어하는 모양이지만, 난 그들의 의지력을 믿지 않는다. 애초에 국혐당 쪽에 가 있다는 거 자체가 문제고, 민주당을 꺾기 위해선 얼마든지 강령술에 손을 댈 것이라고 확신한다.

 

 

여하튼.... 근현대 한국사의 헤게모니 대부분을 장악해왔던 군사독재의 수괴라고 할 만한 놈들은 이제 어제자로 다 죽었다. 그 망령들을 다시 불러내는 걸 막는 것은 산 자들의 몫일 것이다. 그들에게 희생당한 광주 영령들을 비롯해, 민주화 과정에서 억압받고 고문당하고 죽어간 이들의 영혼이 이젠 편히 안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침, 어제 광주 시청 위에는 무지개가 떴다. 

 

http://www.kukinews.com/newsView/kuk202111240073 

 

"전두환 떠난 날, 광주에 무지개 떴다"…온라인서 목격담

트위터 캡처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한 가운데 광주에서 무지개가 떴다는 목격담과 사진이 온라인에 잇달아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5·18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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