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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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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늦게, 혼자 술 마시는 중이다.


난 사람이 싫다. 나에겐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그에 대해 굳이 남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그런 내 방식이 잘못되었다고도 생각한다. 곱씹어 생각할수록 인간불신만이 끝없이 솟아나는 데도, 아직까지 마음 한 구석에선 평범하게 친구를 사귀고, 누군가와 애정을 주고 받고 싶다는 욕망이 남아 있기도 하고. 블로그를 통해 이런 심정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도, '그래도 어쩌면, 이 글들을 읽을 누군가 한 명 쯤은 이해해주지 않을까' 하는... 상당히 유치하고 모순적인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난 그 사실을 인정한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게 한없이 하찮은 욕망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런 욕망을 여전히 갖고 있으면서도, 막상 누군가가 내게 호의를 보이면 난 내심 의심부터 할 테고, 동정한다면 거부할 것이다.


배트맨이 등장하는 만화, <킬링 조크>에 이런 내용이 있다. 결국 조커를 몰아넣은 배트맨은 '아직 늦지 않았다, 난 네가 광기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너는 구석에 몰려 미쳐있지 않아도 된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조커는 이렇게 대답한다. 

"정신병원에 두 녀석이 있었는데 어느 날 밤, 그 놈들은 도망치기로 결심하지! 그래서, 그놈들은 지붕으로 올라가고, 거기서, 좁은 틈만 넘어가면 도시의 지붕으로 이어지는 걸 보게 되지. 달빛이 뻗쳐 있는 곳, 자유가 있는 곳으로 말야. 이제 첫 번째 녀석은, 문제 없이 곧장 뛰어넘어. 근데 녀석의 친구는 도무지 뛰어넘을 엄두를 못 내. 그 친구는 떨어질까봐 겁나는 거야. 그래서, 첫 번째 친구가 아이디어를 내지. '야! 나 손전등 있어! 내가 이 빌딩들 사이의 틈새에 빛을 비출게. 그 빛줄기를 밟고 건너와서 함께 가자구!' 그러나 두 번째 놈은 그냥 자기 머리를 가로저을 뿐이거든. 그 놈이 말하길 '너 내가 반 쯤 건너면 확 꺼버릴 거잖아!'


나도 그 만화 속의 조커와 같다(상대방이 배트맨이란 법은 없더라도). 마음 한 구석에선 여전히 '평범하게 친구를 사귀고 싶고, 누군가와 애정을 주고 받고 싶다'는 욕망이 남아 있으면서도 정작 그럴 기회가 생긴다면 상대방을 믿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에는 내가 어느 날 겪었던 절망이 너무나 끔찍하다.


나는 혼자 살다 혼자 죽을 것이다. 그렇게 결심한 이상, 그런 욕망을 없애야만 한다. 내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걸 자각하고 있는 이상,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다는 욕망도 포기해야만 사리에 맞다. 도저히 불가능하다면 평생 동안 억눌러야만 한다. 난 혼자 살다 혼자 죽어야 한다. 오직 홀로.


하지만, 대체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난 이미 한 번 죽으려고 했고, 실패했다. 좀 더 살아보기로 했지만, 늘 내심 그 때 죽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다. 대체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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