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이성적이고 과묵한 편이지만(정확히는 이성적이려고 하는 편이지만) 사실은 다혈질에 자존심도 강한 편. 욱하는 기질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기에 가능한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고 매사에 이성적이고 냉정해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기분 상하는 일이 있어도 가능하면 속으로 삭이거나 좋게 돌려서 생각하려고 하는 편.
본성 자체는 정의감이 강하고 올곧지만 인간관계에 있어 나쁜 일을 워낙 많이 겪어서 타인에게 마음이 닫혀 있고 늘 거리를 두려고 한다. 인간불신이 대단히 심함. 게다가 말주변까지 없다 보니 오해를 사기도 쉬운 타입. 초면이어도 잠깐 마주치는 상대에게는 평범하게 웃어 보이며 사교적으로 대할 수도 있고 화제가 적절하다면 적당히 농담도 해 가며 대화를 나눌 수도 있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본인도 스스로의 문제를 자각하고 있어서 그런 성격을 고쳐보려고 한 때는 꽤나 노력했지만 실패를 거듭한 끝에 좌절하고서 이제는 거의 포기했다. 그 당시의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노력한답시고 허공에 삽질만 잔뜩 한 끝에 스스로를 망쳐버린, 지금 만나면 한 대 치고 싶을 정도로 한심한 찌질이’로 여기며 부끄러워한다(그나마도 지금은 좀 나아진 상태). “내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치려면 계속 재시도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하는데, 남들로서는 자신의 시행착오를 받아주며 고쳐질 때까지 옆에서 기다려 줄 이유가 없을 테고 관계만 더 나빠질 뿐이니 차라리 입 다물고 그저 공적인 차원에서 말썽 안 생기게 주의하면서 사적으로는 사람을 멀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른 상태. 몇 없는 옛 친구들에 대해서도 혹시 “그저 내 서투름을 적당히 참아주고 있었던 것 아닐까” “어쩌면 내 쪽에서만 친구라고 착각했던 게 아닐까” “그렇지 않다 해도, 오랜만에 만났다가 상대방의 감정이나 입장은 충분히 배려하지 못하고 나 자신의 한탄만 늘어놓으며 분위기를 망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내심 그리운데도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쿨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다만 강한 자제력으로 그러한 욕구를 억누르고 있는 것일 뿐.
원판이 감정적이다 보니 내심으로는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으며 그를 혼자서 견디다 못해 자살시도도 한 적 있다. 무작정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억누르기 보다는 잘 표현하고 해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러한 자신의 약한 부분을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고+한번 섣불리 드러냈다가는 눌러둔 게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중.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어 있는 블로그에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그렇게 억눌러둔 감정과 욕구들을 비교적 안전한 방식으로 해소하기 위해서(자신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딱히 크게 신경 쓰지도 않을 테니까).
스스로의 그러한 정서적 결함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다가가지 못하고 멀찍이서 막연히 그 사람이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그 분에게 뭔가 해주고 싶으면서도, 그 분과 자신은 생판 남이며 친구도 뭣도 아니니 그랬다가는 오히려 부담만 줄 거라고 여기는 중. 그 분에게는,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나 때문에 불편한 감정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얼굴을 보면 마음이 흔들린 나머지 거리 조절에 실패하고 거북하게 해드릴 것 같아서, 그 분과 마주칠 가능성이 있는 자리는 피한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사랑하는 그 분’에 대한 심상이 실제의 그 사람과는 동떨어진, 자신의 환상이 덧씌워져 미화되고 변형된 이미지일 뿐 그 사람이 아닐 거라는 점-즉, 자신은 그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을 사랑하고 있다는 자각- 때문에, 그런 자신의 감정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고 여기며 약간 죄책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중. 그 분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남자친구에 대해서는 질투심을 느끼고 있지만 동시에 ‘어떤 놈인지 몰라도 최소한 나처럼 정서 결함은 아니겠지’ ‘그 분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괜찮아’ 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감정도 완전히 사라지려니 하는 중.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이제 거의 포기했다.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관계’에 대한 욕구가 전부 사라지고 지금 느끼는 고독감이나 좌절감도 모두 사라져서는, ‘혼자여도 현실적인 불편함만 느낄 뿐 적어도 정서적으론 어떤 번민이나 고독, 슬픔도 느끼지 않는 상태’가 되면 최소한 절반은 성공한 인생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게 현재 상태.
PS=트위터에서 발견한 내용
한편 타인에게는 자신에 엄격하고 타인에 관대하도록 요구하며 사스로는 자신이 엄격하고 타인에 관대하다고 기만해야 합니다. 제 생각에 이것은 성공하는 사람의 자기관리로서 기본중의 기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