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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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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evernote.com/shard/s354/sh/1e982a44-bc09-45b8-bbf0-8cd0614892d0/a61106d0636f3957be3c838947c871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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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읽어 본 간략 감상:

크툴루 신화 소재 호러 영화나 소설 시놉시스 읽은 느낌. 이야기의 기본 아이디어랑 NPC들의 인물상 묘사는 시대상과 잘 어우러져서 매력적이고 괜찮긴 한데, 어디까지나 영화나 소설에 쓰이기 위한 설정으로 좋다는 거지 RPG 시나리오로서는 결격 사유가 많다. 보통 RPG를 하면서 플레이어들은 그게 당장 필요하지 않은 이상 NPC의 슬픈 과거 사연 같은데 관심을 갖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보스(?)의 경우, 이게 픽션으로서 잘 뽑힌다면 나는(남자인 이상 완전히는 공감 못한다 해도) 그의 처지에 대해 약간 동정도 하고 그를 그렇게 몰아넣은 시대 상황에 어느 정도 분노도 하겠지만 그런 제반 사정을 모른 상태에서 캐릭터 만들어서 이 시나리오로 플레이를 한다면 굳이 그런데 깊이 신경쓸 거 같지 않음. 


PC들에게 어떻게 모티베이션을 줄 것인지 같은 부분은 키퍼 재량에 맡기는 부분이 많은데 비해, 정작 시나리오 내에서 키퍼에게 '이후 ~~한 전개를 위해서 어떻게든 PC들을 일정 장소에 모아둬라'라는 식의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는 것도 문제점. 경성 크툴루 1에서 '플레이어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경우의 수를 짜두는 게 빈약하다', '전적으로 키퍼가 준비한 대로 플레이어들이 판단하고 행동해준다는 걸 전제로 시나리오가 짜여 있다'고 누가 지적한 적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별로 나아진 것 같지가 않다. 작성자가 '좋은 픽션에 필요한 요소'와 '좋은 RPG 시나리오에 필요한 요소'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느낌. 어쩌면 작성자는 이 시나리오에서 일일이 명시되지 않은 다른 아이디어가 있어서 이거 갖고도 괜찮게 플레이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제3자는 이 시나리오만 갖고서는 그렇게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배포 시나리오로서 좋은 평가는 못하겠음. ...사실 나도 설렁설렁 쓰면 남이 갖다 쓰기엔 괴랄한 시나리오가 툭 튀어나올 거 같긴 하다. ㅇ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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