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스로를 좌파로 규정한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애초에 난 특정 정치인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내내 좌파-진보정당 지지자로 살아왔지만 이번에는 지지 후보 유세 현장에 가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퇴근하고 바로 종각으로 갔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 유세를 권영국은 사회대개혁을 외치는 시민들이 행진하던 보신각에서, 이재명은 공적인 입법기관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서, 그리고 김문수는 100미터 짜리 태극기 게양대ㅋ가 생길 뻔한 서울광장에서 하는구나. 굉장히 상징적이다.
6시에 퇴근해서 도착해 보니 7시 반 정도. 권영국 후보는 한화 농성장에서 여기로 이동 중이라서(...선거 유세를 빙자한 투쟁 현장 방문이다) 근처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어슬렁대며 좀 시간 죽임.
8시 쯤 되자 슬슬 선거운동원 조끼 입은 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프라이드 플래그+금속노조 깃발 조합은 꽤 마음에 든다.
지난 1월 비정규직 집회 때 봤던 거 같은(확실치는 않다) 누구나노조 지회 깃발
현장에서 받은 손피켓
혁명적 요괴는 어떤 걸까?
노동당 이백윤 대표의 지지유세. 지난 대선 때 난 이백윤 대표를 찍었었다. 사석도 아니고 대선 공보물에서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밝히는 패기가 마음에 들었어. 이 나라에서 좌파질하려면 그 정도 근성은 있어야지 암! 뒤에 이어진 이상현 대표는 당대표가 된지 2주 만에 계엄이 터졌다고 한다. 어익후 저런...
유세 내용 열심히 받아적었는데 실수하는 바람에 지워 버렸어. 크흑... 그래도 사람은 제법 많았다. "노동자 농민 소수자 여성 장애인 이주민의 이름으로!" "가자 평등으로, 나중 말고 바로 지금!"이라는 구호는 마음에 들더라. 나는 나와 내 계층을, '착하게 군다면 도와줄 수도 있는 불쌍한 사람들' '하지만 감히 맞먹으려 들면 민정당 2중대' 취급하는 사람이 싫다.
유세 끝난 다음에야 겨우 제대로 찍은 단두대학교 교수회 깃발
마무리로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하고 끝났다. 모인 사람들 중에 있던 어떤 여자분이 학창 시절 좋아했던 과 선배를 닮아서 잠시 마음이 복잡했다... ...그 분이 여기 계실 리 없지.
솔직히 말하자면 이재명의 승리보다, 권영국이 이준쓰렉을 제치는 게 개인적으로는 더 간절하다. 만약 김문수가 당선되는 최악의 사태가 실현될 경우 그 때는 죽창 드는 것 외엔 할 게 없으니 애초에 더 이상 따지거나 바랄 것도 없다. 하지만 약자와 빈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한 권영국이 혐오팔이 이준쓰렉보다 득표율이 낮으면.... 음......... 마음이 좀 그럴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