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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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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일하던 곳에서 내게 친절하게 대하며 어느 정도 호감을 보여주시던 분이었다. 그 곳을 관둔지도 꽤 됐는데... 그 이후로 그 분이 자주 떠올라서, 혹시 내가 그 분에게 마음이 있나 싶었다.

 

마침 써야할 글도 어느 정도 진도를 뺐겠다... 오랜만에 시간을 내서 예전 직장에 가봤다. 그 여자분을 다시 만났는데, 왼손 약지에 반지 끼고 있더라. 가볍게 인사를 하면서, 나 자신의 감정을 주의 깊게 살폈다. 혹시 질투심이나 슬픔 같은 감정이 드는가? 그렇지는 않더라도 아쉽다는 감정이 드는가? 

 

아니었다.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기왕이면 그 분의 상대가 괜찮은 사람이길 바라지만, 어지간해선 나처럼 그저 빨리 죽어서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기만을 바라는 놈보다야 낫겠지. 만일 내 감정이 연애감정이었다면 혼자 수습하느라 한 동안 애 먹었을 텐데 역시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는 앞으로 살면서 두 번 다시 누군가에게 반할 일이 없기를 원했고, 해냈다. 이번에 그러했듯, 앞으로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그걸 확인했으니까 이걸로 된 거다. 다시는 그 분을 볼 일이 없겠지만, 행복하게 잘 사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한 잔 마셔야겠다.

 

그 분께 "행복하게 잘 지내세요" 같은 소리를 할까 했는데, 그러지 않고 간단한 인사 정도만 짧게 주고 받고 만 건 참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소리 했으면... 그 분도 "어 이 사람 혹시...?" 하고 부담스러워 하셨을지도 몰라. 나 자신이 그 분께 일정 이상의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무척 다행스럽지만, 그래도 대체로 좋게 여기고 있고... 내 말이나 행동 때문에 그 분이 거북하지는 않으셨으면 한다.  

 

모쪼록, 그 분이 행복하시기를.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