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RPG 쪽 팀에서 나가려고 하는 진짜 이유는, 나약하고 구질구질한 감정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그저 '어디까지나 취미일 뿐이고, 기왕 노는 거 더 잘 하고 싶을 뿐이고, 개인적인 감정이나 프라이버시 같은 건 굳이 공유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 왔다. 사람끼리 하는 취미인 이상 감정적으로 충돌하는 일도 많이 겪어왔지만, 이번에는 다들 노련하고 또 최소한 30이상 나이 먹은 어른들이니 그냥 공적으로, 논리에 아다리가 맞는 이야기만 해 가면서, 사적인 이야기는 제껴 가면서도 같이 잘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왔고.
하지만 그런 거와는 상관 없을 거라고 여겼던 부분이 자꾸 걸린다.
난 사람이 싫다. 새로이 누군가와 어느 정도 이상 친해지고 싶지도 않고. 그리고 내가 왜 그런지에 대해 굳이 일일이 설명하거나 이해를 구하고 싶지도 않다. 트라우마가 무슨 자랑거리도 아니고. 그랬다간 어떤 사람은 동정할 테고, 어떤 사람은 무시할 테고, 어떤 사람은 비웃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반응이 어떻건 간에 나는 똑같이 스스로에게 짜증이 날 것이다.
알고 있다. 그렇게까지 이상하지는 않은, 좀 떨떠름하거나 거북한 부분이 있더라도 나 역시 그런 부분이 있으며,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의 다수라는 걸. 내가 겪은 일은 그저 개인적인 불행일 뿐이라는 걸.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상 친해지고 싶지가 않다.
새삼 반했던 분 생각난다. 내가 이러니까 다시는 누군가한테 반할 일 없었으면 좋겠다 싶은 거다. 쯧. 사람을 싫어하면서 사랑은 뭔 놈의 사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