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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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레드 갈렝 2014. 4. 12. 06:15

새벽 5시가 넘었는데도 잠이 안 온다....

 

반한 분 생각난다. 그 분 블로그와 트위터를 종종 들여다 보며 '내가 일부러 개인정보 턴 것도 아니고 공개되어 있는 걸 보는 것 뿐이야' 하고 자기합리화하다가 스스로가 음습한 스토커 같다는 자괴감이 들어 주소를 지워버린지도 꽤 지났다.

 

....잘 지내고 계시겠지. 뭐, 그 분도 살면서 힘들 때나 우울할 때가 없지야 않겠지만 남자 친구가 어느 정도까진 커버를 해줄테고. 그런 걸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는 '근원적인 고독감' 같은 것도 있기야 하지만, 그래도 옆에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나는, 人間이 되고 싶어 노력했다가 실패한 기억들이 쏟아져 내려서 이렇게 밤을 꼬박 새우고 있고 말이지ㅋ

 

보고 싶다. 위로하고, 위로받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싶다. 내 절망과 피폐함을 이해받을 뿐 아니라, 나 역시도 그 분을 이해하고 도움이 되어주고 싶다. 그리고 그 분에게 있어 나는 생판 남까지는 아닐 망정, 딱히 친하지도 오래 알고 지내지도 않은 스쳐가는 타인에 불과할 것이며.... 나 역시도 그 분을 만났다가는 넋빼고 멍하니 그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본다거나 자신도 모르게 '호주에선 곰이 먹는 오렌지가 자란다네요 참 신기하죠 아하하' 같은 얼빠진 소리나 늘어놓으려니 싶다. 그래서 내 감정을 눈치채시게 된다면... ....아무래도 좀 불편하시겠지.

 

 

몇 년 전에 그 누군가에게, 친구로서 이해하고 뭔가 사소한 거라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를 통해 나는 내 과거에서 벗어나, '인간불신과 냉소로만 가득 찬 냉랭한 개인'이나 '구차한 동정이나 위선적인 설교의 대상'이 아니라 人間이 될 수 있으리라고 여겼다. 그리고 그 모든 희망과 노력들은 한 없이 무가치한 게 되었다. 실패는 그 전에도 여러 번 겪어봤지만.... 몇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날의 절망은 특히 너무나도 끔찍하다. 세상에는, 시간도 약이 되지 못하는 게 있다.

 

난 지금도 사람은 반드시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어도 좋으니 서로 관계를 맺고, 싸우고, 화합하고, 그래가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변화시키는 게 '人間'으로서 올바르다고 여긴다.

 

그리고 난 더 이상 人間이 되고 싶지가 않다.

 

http://garleng.tistory.com/751

 

http://garleng.tistory.com/767

 

http://garleng.tistory.com/769

 

3년 전 이맘 때 쯤 썼던 글들이다. 저 때 당시에도 난 이미 人間이 되고 싶다는 희망은 거의 접은 상태였지만, 최소한 저 때 당시에는 나는 드높고 고결한 명예를 꿈꾸고, 그를 위해 행동할 줄 알았다. 지금 읽어보면 오글거리기도 하고 좀 핀트를 잘못 짚었다 싶은 부분도 있고 너무 나갔다 싶은 부분도 있긴 한데, 그 때 내 안에서 차오르던 분노와 자긍심, 투쟁심은 지금도 아직 기억한다. 그 때의 나는... 나 자신이 돌아보기에도 제법 간지났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난 구차하고 구질구질한 방식으로 푼돈이나 벌면서 폐색감과 좌절감에 억눌려 가고 있다.

 

....아직은, 아직은 어떻게든 기회가 남아 있을 것 같기도 한데.

 

人間으로 살지는 못해도, 명예로이 살 기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