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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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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1.08
    또 이태원 참사 분향소 지키러 갔다 옴
  2. 2023.01.01
    이태원 참사 분향소 지키러 갔다 왔다
  3. 2022.12.24
    크리스마스 이브고
  4. 2022.12.11
    요 며칠 생각을 좀 해봤는데
  5. 2022.11.22
    '선'과 '정의'가 충돌할 때- 이태원 참사에 붙여
  6. 2022.11.05
    옛 친구 결혼식에 갔다 왔다
  7. 2022.11.01
    알바하는 동네 주민센터에서
  8. 2022.10.30
    핼로윈, 사람이 죽었다
  9. 2022.10.23
    파이널 판타지 10 단상
  10. 2022.10.23
    내가 보기에 윤썩엿 찍은 2~30대는
  11. 2022.10.20
    재취업 준비하며 동네 주민센터에서 알바 중
  12. 2022.10.03
    트위터 쪽에서, 못생겨서 여자들에게 따돌림과 조롱을 당했다는 글을 봤다
  13. 2022.09.18
    옛 지인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1
  14. 2022.09.06
    꿈에서 고등학교 동창이 나왔다
  15. 2022.07.06
    또 다시, 사랑했던 사람을 꿈에서 봤다 1
  16. 2022.06.11
    사랑했던 사람을 꿈에서 보았다
  17. 2022.06.09
    힘들 때 꺼내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 둔 피자를 꺼냈는데
  18. 2022.05.31
    옛 친구들 꿈을 꿨다
  19. 2022.05.17
    정치적, 이념적 차원에서는
  20. 2022.03.17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21. 2022.03.10
    벌써부터
  22. 2022.03.08
    사실 아랫글은 저렇게 썼지만
  23. 2022.03.08
    내일 대선에서 이재명을 찍어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24. 2022.02.18
    트위터 쪽에선 대놓고 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지만
  25. 2022.01.23
    고모님이 돌아가셨다

분향소 바로 맞은 편에는, 이름부터 극우 냄새 나는 자칭 시민단체 차량이 세워져 있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그만 해주십시오 -이태원 상인 및 주민 일동'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게 보인다. 그걸 보고 있자면 저 누가복음 귀절에 얼마나 큰 악의가 숨겨질 수 있는지 알게 된다. 

 

새벽 2시 쯤 어떤 쓰레기가 와서 '얘들아 미안하다'고 적힌 문구를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고쳐 써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죽대더라. 순간 욱했는데 타이밍 좋게 옆에 경찰들이 끼어들어서 그 쓰레기를 치워줬다. 그런 식으로 시비 걸어서 싸움판 만든 뒤 합의금 뜯어내거나, '분향소 지킴이가 시민에게 폭력 행사했다'는 식으로 언플하려는 수작일 가능성이 높다. 하마터면 낚여서 칠 뻔했다, 제기랄.

 

 

이명박 때 촛불집회는... 그 때도 시위대 내에서 누구는 어디로 가야 한다, 누구는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식으로 의견 대립이 있었고 그 중에는 프락치도 끼어 있었으려니 한다. 하지만 주된 상대는 대체로 전경들이었고, 시민들은 시위대에 비교적 우호적이거나 중립적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 15년이 지났고, 악의는 불특정 다수로 번졌다.

 

 

인간이 얼마나 추악하건 달빛만은 밝았다.

 

 

And

뉴스를 보니 신자유연대 양아치들이 바로 앞에서 스피커 틀어놓고 깽판 친다길래 재수 없으면 누구 때려서 깽값 물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음 먹고 나갔는데, 밤 10시가 좀 안 되어 현장에 도착하니 개저씨 몇몇이 1호선 광인처럼 짖어대고 경찰들이 그걸 막고 있는 것 빼면 대체로 조용했다. 12시에 유가족들이 고인에게 한 마디씩 하고는 해산하고, 나는 어떤 어르신과 함께 조문하러 온 사람들 꽃 나눠주다가 아침 8시가 좀 넘어서 자리를 떴다. 바로 옆에 클럽이 있었는데, 외국인들이 춤추며 놀다가 나와 분향소에 헌화하고선 담배 한 대 피고 다시 춤추러 들어가는 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

 

2023년 새해가 절망차게 밝았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난 한 때 명예, 신의, 절조를 지키길 원했다. 이제는 내 신의도 절조도 무가치해졌고, 명예도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만약 내가 지킬 수 있는 명예가 남아 있다면, 어떤 희망도 없이 죽는 그 날까지 싸우는 것만이 바로 그 명예의 증거일 것이다.

 

가능하면 빨리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길 진심으로 바라지만, 그 날까지는.

 

 

하지만, 주여. 그 날 그곳에서 죽은 이들의 영혼은 당신 안에서 안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 영혼이 아닌.

 

  

And

난, 계약이 끝나고 백수가 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좀 짜증나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그 정도 꿀직장은 다시 다니기 힘들겠지. 친절한 직원도 몇 명 있었고. 통장에 구멍이 뚫릴 뻔 했지만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 오늘은 혼자 집에서 영화 보며 술 한 잔 하고, 연말에는 옛 친구들과 약속이 있고, 새해는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서 맞이할 생각이다. 

 

 

주여, 진짜 생신이 아니신 건 알지만 그래도 관행 상의 생신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저는 빨리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었으면 합니다.  

 

두 번 다시, 거짓 희망에 혹하지 않을 겁니다.

 

And

사실, 난 '사람'이 싫은 게 아니었다. 다만, 난 긍정적인 방향의 감정선이건, 부정적인 방향의 감정선이건... 타인과 일정 이상 마음을 나누고 엮이는 게 싫었던 거다.

 

대략 지금 직장 사람들과 교류하는 정도 수준의 인간관계만 유지하면서 살다가 죽으면 충분하려니 싶다.

 

 

그래도, 가능한 빨리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길 바란다.

 

And

이태원 참사 이후로 한 달 가까이 지났다. 집권 여당은 지금도 윤썩엿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발음하는 영상을 내보내서 국익을 침해했다고 MBC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서 쫓아내고 대통령실 출입도 막는 등(덤으로 이로 인해 도어스테핑이 중지된 것에 대해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은 아가리를 여물며 기레기 인증을 했다) 찐따짓이란 찐따짓은 다 하고 있는 와중에, 인터넷 매체 '민들레'에서 임의로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었다. 친 정권 성향인 측은 일단 제끼고, 윤썩엿 극혐하던 측에서도 이에 대해선 찬반이 갈리는데... 양쪽의 주요 주장은 대강 이렇다.

 

 

찬성측:윤썩엿 정권은 유가족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대상도 특정하지 않은 분향소를 설치하고, 근조 문구조차도 없는 검은 리본 패용을 공무원들에게 지시하고,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는 등 '적당히 애도하는' 분위기만 내면서 정작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우리라도 희생자들을 명확히 호명하고, 그들을 기려야만 한다

반대측:세월호 때도 희생자들 유가족이 밝혀지자 그 분들은 자칭 보수라는 양아치들과 일베 벌레놈들에게 온갖 조롱과 위협을 당했다. 그걸 뻔히 봤으면서 유가족들 동의 없이 명단을 깐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하며, 이것 자체로도 유가족들의 상처를 후벼파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2022년 11월 22일 현 시점에서 민변과 유가족들은 명단 공개 여부 자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지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고 본다. 윤썩엿 정권은 이제 고작 6개월 지났을 뿐이고, 그들이 보인 무능과 무책임으로 봤을 때 앞으로 또 이러한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또 그런 사고가 일어났을 때 희생자들을 호명하고 기리며, 정치로서 책임을 묻는 행위가 어디까지 가능한가? 만약 희생자 유가족들과 친지들 대부분이 너무도 큰 고통을 견딜 수 없고, 정치인들이 건네는 믿기 힘든 얄팍한 위로와 약속이 지겹고, 알지도 못하던 타인들의 동정이 부담스러워서 그냥 잊혀지는 걸 원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개인적인 수준의 '선'의 차원에서 보자면 마땅히 가장 큰 상처를 받았을 희생자 유가족들과 친지들의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장 큰 피해를 입고 가장 슬퍼하는 사람들은 그들이고, 그렇다면 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뜻에 따라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차원을 넘어서 보다 거시적인 수준의 '정의'의 차원에서 보자면 설령 희생자 유가족들과 친지들의 의사를 거스르는 한이 있더라도 책임자에게 응당한 처벌을 가하고 향후 또 다른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문제를 공론화하고, 정치의 장으로 끌어내어야만 할 것이다.

 

 

이태원 참사에 한정해서는, 현재 유가족들은 민들레의 명단 공개에 대해선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이것만큼은 법적으로도 별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머지 않아 한국민들은 '선'과 '정의'가 충돌하는 순간이 왔을 때,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이태원 참사와 맞먹거나 능가하는 또 다른 참사가 터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애초에 그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는 쪽이 가장 낫다.

  

   

And

오랜만에 다른 옛날 친구들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약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다들 각자 자기 길 가고 있는데, 나만 혼자 뒤에 남아 옛 추억에만 매달리는 기분'을 털어놨다. 다들 성심껏 들어주고, 각자 자신들의 힘든 부분이나 약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기분은 한결 나아졌지만, 사실 내심으로는 여전히 나만이 '미래'를 꿈꿀 수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다른 친구들의 고민과 힘겨움은 어디까지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겪을 만한 것이지만 나는 아니었기에. 

 

 

여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내가 제일 불행하고 힘들다'는 생각에 빠져들어 망가질 거라는 사실을 안다. 그러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을 도저히 떨칠 수 없다면 적어도 억누르기라도 해야 한다.

 

다들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

And

오늘 근조 문구가 없는 검은 리본을 나눠줬다. 난 안 달 생각이다 씻팔. 이럴 때만큼은 내가 공무원이 아니라 일개 알바라서 다행이다 싶다. 안 달았다고 누가 뭐라고 하면 상대가 동장이건 회장이건 '제 신념에 위배됩니다'라고 말해줄 거다. 지가 어쩔 거야.   

And

연평도 포격 때는 반사적으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이걸 계기로 해서 이명박 정권을 어떻게든 족칠 방법이 없을까' 였다. 다음 순간에 '사람이 죽었는데 그게 할 만한 생각이냐' 싶어서 엄청 자괴감이 들었었다. 이번엔 그런 식으로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나아진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금도 '윤뻐커가 억지로 용산으로 집무실 옮겨가고 돈은 있는대로 쓰고 호위인력으로 경찰 빼 갔으니 통제 인력 모자라서 사단이 난 거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런 생각을 앞세울 때가 아닌 거 같다.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빈다. 

And
찔끔찔끔 파이널 판타지 10을 하고 있다. 7과 더불어서 가장 스토리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고, 확실히 괜찮긴 한데 악역의 묘사에 있어서는 내 취향이 아니다. 거의 자연재해나 다름 없는 압도적인 파괴자가 있고, 그 파괴자에게 대적하는 척하면서 대중들에게는 거짓 희망만 주며 권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종교 집단 '에본 교단'이 악역으로 나오고, 신앙 대신 과학기술로서 그 파괴자에게 맞서는 종족 '알베드 족'이 주인공 파티의 조력자로 나오는데... 나는 과학기술로 대표되는 인간의 이성과 지혜가 인간을 구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이성과 지혜는 쓰기에 따라서 삶을 개선하는 유용한 도구는 될 수 있어도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궁극적 가치는 되지 못한다. 르네상스 지식인들과 좀 더 뒤의 계몽주의자들은 그렇게 믿었지만, 그 알량한 이성과 지혜에 대한 믿음은 제국주의로 시작해 1차 대전을 거쳐 아우슈비츠와 핵미사일로 끝장났거든ㅋ 그 폐허에 뒤이은 냉전의 공포 속에서 태어난 게 포스트 모더니즘이었다. 21세기인 지금은 포스트 모더니즘도 몇 물 간 취급 받지만, 포스트 모더니즘이 제기한 '인간의 이성과 지혜에 대한 회의'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21세기를 사는 인간으로서 내 눈에는 10의 에본 교단보다 7의 신라 컴퍼니-이익을 위해 자신들이 사는 별의 목숨마저 위협하는 탐욕과 물신의 총화-가 훨씬 악랄해 보인다.
 
에본 교단이 아무리 틀어막아도 삶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과학의 발전 자체는 막지 못하고, 굳이 알베드 족이 아니어도 그에 불만을 갖는 사람은 반드시 나오게 된다. 소환사의 존재로 대표되는 거짓 희망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알베드 족이 아니어도 나올 수 있고(오히려 교단에 의해 종족 전체가 테러리스트 취급 받으면서도 오직 선의로 악명을 감수해 가며 히로인 납치까지 하는 알베드 족의 묘사가 너무 현실감이 없다). 주인공 파티의 활약이 아니었어도 공포로 대중을 억누르는 에본 교단의 방식은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블리츠볼 경기 같은 빵과 서커스도 없지는 않지만.... 그러나 신라 컴퍼니가 제공하는 직접적이고 즉물적인 풍요는 그런 것들보다 훨씬 빠르게 대중의 마음에 파고들 수 있다. 사람은 억압에는 저항하지만 이익에는 너무 간단히 포섭된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신라 컴퍼니는 에본 교단보다 훨씬 더악질적이고 위험한 존재다.
아, 물론 그런 요소들이 좀 불만스럽긴 하지만 류크는 귀엽다ㅇㅇ
 
And

민주당과 국혐당이 진심으로 '똑같이 나쁘고 똑같이 더럽다'고 믿는다. 정도 차이나 개선 가능성 같은 건 고려하지 않는다. 윤리적으로 똑같이 나쁜 두 거대정당이 대립하는 상황이라면 더 강한 쪽 편을 들어서 그 쪽 편이 보장하는 체제 내에서의 입신양명을 위해 노력하는 쪽이, 민주당이 자신의 삶을 개선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믿는다.

민주당의 부정에는 공정을 외치면서 국혐당의 더 큰 부정에는 침묵하는 데에는 대강 이런 심리가 작용하는 것 아닌가 싶다. '어차피 똑같이 더러운 놈들이 위선 떤다' '내가 보기에도 진짜 완벽하게 선하고 정의롭다면 인정해주겠지만 민주당은 아니다' '나도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같은 층에 내 세금 낭비하지 마라, 그 핑계로 해먹기나 하겠지' 뭐 그런 심리.

이들이 전통적인 민정당 계열 지지 세대와 다른 점은, 군사독재의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향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들이 보기에 그런 건 촌스러울 뿐이고, 노년층이 박정희 영정 앞에서 제사 지내는 사진은 조롱의 대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운동이니 민주화운동 경력 같은 거 걸어놓고 성추행이나 하는' '스펙 쌓기 위한 노력은 안 하고 데모나 하며 꿀 빨다가 편하게 좋은 직장 잡고 부동산으로 돈 번' '값싸게 쓰고 버릴 수 있는 비정규직을 만들어낸' 민주당 586세대에 대해선 조롱이 아니라 극도의 증오로 대한다.

내가 이렇게 추측하는 근거는, 디씨나 에펨코리아 같은 데서도 민주당과 노무현 문재인 욕하는 글은 념글 치트키 취급을 받지만 윤썩과 '그 당'이 깨끗하고 정의롭다거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선 '그 당'이 이겨야 한다는 식의 글은 그것대로 또 컨셉 취급받으며 비웃음당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윤썩 찍은 젊은 세대는 나라를 위해 국힘당을 찍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국힘의 도덕성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이다. 다만 자신의 이익과 출세를 위해선 국힘당이 정권을 잡는 게 그나마 좀 더 유리하다고 믿으며, 무엇보다 민주당이 증오스러울 뿐이다. 이들의 세계관에선 '국힘은 부패하고 천박하지만 민주당보다 더 강하며, 최소한 자신에게 성공의 기회라도 주는 정당'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힘보다 강한 것도 아닌 주제에 위선적이고 혐오스러운 정당'이다.

사람을 가장 강하게 결집시키는 건 애정이 아니라 증오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이들이 앞으로도 어디에 투표할지는 명백하다. 기본적으로 '둘 다 똑같이 더럽다'는 믿음이 베이스에 깔려 있고, 당장 별 힘이 없는 소수정당은 애초에 관심 밖이기 때문에 누가 국혐당의 온갖 추잡한 면을 비판하면 반사적으로 상대를 민주당 지지자로 간주하고 '민주당도 똑같다'면서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보이는 거지.

 

 
 
And

가끔 직원들이 먹을 거 사주거나 하면 "전 직원도 아닌데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그냥 동사무소 비품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뭐 그런 말을 한다. 뭐 그 사람들은 '이 사람 자존감이 좀 낮구나' 생각하고 말겠지.

 

 

사실 내 딴엔... 일종의 비웃음을 담아서 하는 말이다. 내가 뭐라고 말하건 간에, 너희가 뭐 신경이나 쓰겠냐... 뭐 그런 비웃음. 거기서 일한지 석 달이 지났는데도 직원들 대부분은 내 이름도 모를 걸. 

 

어차피 알바일 뿐이지만 그래도 일을 허투루 할 생각은 없고, 최소한 겉으로는 웃는 낯으로 예의를 지킬 생각이다. 그게 스스로 정한 기준선이다. 그래도 새삼 내가 사람을 싫어한다는 걸 절감한다. 난 사람이 싫고, 사람과 거리를 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왕이면 가능한 빨리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고 싶다. 

 

새삼스레 내가 꽤 비틀린 인간이구나 싶다.

And

좀 더 자기관리에 노오력을 기울였으면 그런 꼴 안 당했을 거라는 인알들이 많던데,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한 이유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그럭저럭 보통 정도의 외모였다 해도 어떤 꼬투리든 잡혔으면 그런 꼴을 당하긴 마찬가지였을 거다. 원래 따돌림 내지 집단 괴롭힘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기도 하고. 

 

사람은 그저 상대가 저항하지 못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상대를 증오할 수 있다. 남자건 여자건 마찬가지다. 난 피해자이기도 했지만 가해자이기도 했었고, 그 사실을 아주 잘 안다.

 

 

비 오는 밤이다, 담배 땡긴다. 

 

 

 

And

같은 소설 합평 모임에서 만나, 어느 정도 친분이 생긴 사람이었다.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남들은 다들 각자 자신의 미래로 가고 있는데 나만이 혼자 남아 얼마 되지도 않는 과거의 추억에 매달려 있구나 싶어서 새삼 약간 쓸쓸해졌다.

 

이것만이 내 운명이라는 걸, 아주 오래 전부터 막연히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럭저럭 받아들이게 됐지만, 그래도 가끔은.... 많이 그렇다.

 

 

내 옛 친구가 행복하기를. 뭐, 난 성격도 침울하고 경계심도 강하고 이래저래 별로 호감 가는 타입이 아니다 보니 그 사람은 딱히 날 친구로 여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대강 뭐 친구라고 치자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난, 홀로 살다 홀로 죽을 수 있기를 바란다. 기왕이면 빠를 수록 좋다. 

And

내게 어느 정도 호감을 보였지만, 그 때 내 상태가 상태였다 보니 일부러 좀 거리를 뒀던 여자애들 중 하나였다. 그 꿈에서 난 그 애 손등에 입을 맞추고는 행복하게 잘 지내라고 말하고는 깼다.

 

왜 지금 와서 그 애 꿈을 꿨나 모르겠다. 활달하고 매력 있고, 좋은 애긴 했다만 사실 걔도 그렇게 날 좋아했던 것까지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고. 어...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도 그 애 꿈을 꿨던 거 같은데.

 

잘 지내길 바란다. 

 

지금의 나는, 그저 혼자 살다 혼자 죽기만을 원하게 됐지만.

 

 

나의 이 절망조차도 어떤 측면에선 약간 위안이 된다. 두 번 다시는 하찮은 거짓 희망에 흔들려서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일은 없을 거라는 위안. 절망에는 일종의 안온함이 있다. 난 그 사실을 알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 애는 행복하게, 앞날의 희망을 가지고 잘 살길 바란다. 

And

이번엔 그 분과 맺어져서 함께 여행을 다니는 꿈이었다. 어떤 평행세계의 나는 실제로 그렇게 됐을 지도 모르지ㅋ 

 

 

내가 반했던 여자가 그 분 뿐인 것도 아닌데 꿈에는 그 분만 나온다. 뭐... 그 사람이 좀 각별하긴 했었지. 이젠 의미 없지만.

 

이제는 꿈 속에서 그 분을 보면 '아, 꿈이구나' 하고 알아차린다. 사실 그 꿈 속에서는.... 행복하다. 깰 때마다 그 행복은 결코 내가 현실에서 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절감하게 될 뿐이다.

 

난 오늘도 내 남루한 현실을 다시 견뎌가야 할 테지만, 그래도 그 분은 행복하게 잘 사시길 바란다.

And

그 사람이 떠나고, 난 꿈 속에서 다시 꿈을 꿔 그 사람을 만나고, '이게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다가 깨어나 그 사람을 쫓고, 마침 되돌아오던 그 사람과 만나는 꿈이었다.

 

난 그 꿈 속에서조차도,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꿈 속의 꿈이었다는 사실이 좀 달콤하면서도 슬프다.

 

 

10년이 더 넘었으니, 이제 그 사람은 날 잊었으려니 한다. 그래도 괜찮다. 모쪼록, 행복하기를. 

 

 

 

And

곰팡이가 슬었길래 그냥 버렸다. 사실 피자 한 쪽 그 까이꺼 별로 비싼 것도 아닌데 내내 기분이 언짢은 건 '힘들 때 먹으려고 아껴 놓았던 것' 자체가 무의미해져서 그런 거겠지. 이 나이나 되서는 어린애처럼 그런 거 가지고 처진다는 것 자체가 좀 짜증나기도 하고. 

And

종종 꾸곤 한다. 한 때 가깝게 지냈던, 그러나 이제는 내가 너무 많이 변해 버리는 바람에... 여전히 그립긴 하지만 우연히 다시 만난다면 다시 그 때처럼 웃으면서 볼 자신이 없는 친구들의 꿈을. 그 꿈 속에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 친구들과 웃고 떠들면서 어울리고, 그러다 깰 때마다 마음이 아팠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꿈 속에서도, 그 친구들은 멀리서 웃고 있고 나는 일부러 그 친구들을 피했었다.

 

꿈이 현실을 닮아간다는 건 그것대로 슬픈 일이다. 

 

And

남들이 뭐라고 하건, 현실이 어떻건, 결과가 어떻건 간에 나는 좌파이며 좌파로서 원하는 것을 할 것이다. 그에 대해선 고민도 후회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적 차원에서는 가능한 빨리 죽어서,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바람이나 빗방울이나 모래알 같은 것이었더라면. 

And
가끔 극도로 짜증나는 점은, 그들 역시 노동이나 환경, 나아가 계급 이슈에 대해 나름 진심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치더라도 그 근본에 일종의 도덕적 나르시시즘과 어쩔 수 없는 쁘띠 부르주아지 근성 같은 게 있다고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혐당이 노동자 착취적인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하고, 민주당이 그보다는 좀 순한맛 법안으로 대응하고, 정의당이나 노동당은 둘 다 조까라고 하는 상황. 이럴 때 그런 민주당 지지자들은 정의당이나 노동당 지지자들에게 "하나씩 고쳐나가야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실질적으로 '그 당'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진 건 민주당이다"라는 논리로 침묵을 요구한다. 그러나 노동당이나 정의당을 지지하는 일선의 노동자들은 그 불완전한 면 때문에 오늘도 죽어나가고 있다.
 
그런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부분의 경우 나름의 '선의'를 가지고 진보적 의제에 관심을 가지긴 하되, 스스로는 집 있고 차 있고 결혼해서 자식 낳아 키우고 은퇴한 부모님 용돈 드리고 예금도 좀 있고 남는 돈으로 주식 같은 것도 할 만한 여유 정도는 있는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스스로 그런 위험에 처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정작 가장 절박한 사람들의 요구를 비현실적인 것 취급하며 내려다 보는 태도로 설교하거나 비웃는 꼴 보면 '니들이 노동 의제에 신경쓰는 건 자신들이 그 당 지지자들보다 정의롭다고 믿고 싶어서냐 노동자들을 위한 거냐'고 묻고 싶어진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거 묻기 전에 한 대 치고 싶다. 그래도 짜증스러워할 뿐 증오까지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증오는 스스로에게도 매우 해로운 감정이고, 난 그 사실을 아주 잘 안다. 대상을 굳이 더 늘릴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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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지자들 일부가 '너희 때문에 진 거다'라고 정의당이나 여타 소수정당 지지자들에게 화풀이하는 게 그려진다. SUCK은 대통령이 됐고, 가족 중 코로나 감염된 게 어머니까지 2명 째다. 지금 창 밖에서 해가 뜨는 게 보인다. 잔인한 여명이다. 졸라 즐겁네 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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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람을 싫어하는 내가, '증오하지 말자' 같은 소리를 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뭐... 굳이 대상을 늘리고 싶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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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건, 저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볼 분들은 없으려니 생각하면서도 몇 자 적습니다.

윤석열을 막기 위해선 이재명을 찍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재명을 찍는 이유가 '윤석열이 되면 나라를 조질 것'이라는 공포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윤이 나라를 조질 것이라는 징후는 수없이 많습니다만, 일단 그건 둘째 치고요.

왜냐하면 공포를 동력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상대가 누구를, 어떤 이유로 찍었건 간에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 모두를 한데 묶어서 ‘배제해야만 할 사악한 적’으로 규정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두려워하는 대상이 자신보다 약하면 잔인해지고, 자신보다 강하면 비굴해지기 쉽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인간의 도덕성에 큰 기대가 없고,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은 언제 어디나 다 비슷비슷하게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인이나 군자가 결코 아닌, 그런 탐욕과 이기심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다스리는 것이 민주주의이며 너도 나도 그런 평범한 사람들인 만큼 민주주의는 결국 그 정도 수준에 맞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민주주의가 가치 있는 이유는, 그런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끝없이 서로 갈등하고 대립해가면서도 그 과정에서 조금씩 서로 좀 더 배우고 나아질 기회를 주는 유일한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의 무수한 시행착오, 서로에 대해 쌓이는 오해와 편견, 불신이 매우 비싼 사회적 비용인 건 사실이고, 그게 민주주의가 가혹한 이유이기도 합니다만.

역시 개인적으로 저는, 현 제1야당이 보수 정당이 아니라 퇴행적이고 수구적이며 반드시 박멸해야 할 사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윤을 앞세운 ‘그 당’이 나라를 조질 것이라는 공포심 때문에 이재명을 찍었는데도 그가 당선되지 못했다면, 그 공포심에 잡아먹혀 윤을 지지한 모든 이들을 증오하게 될 겁니다. 그들 역시 앞으로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만일 바뀌지 않는다 해도 여전히 이 나라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민주주의 하의 동료 시민인데도 불구하고요. 어쩌면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과 저 자신)이 잘못된 부분이 있을 지도 모르죠. 그리고 그러한 증오는 '개빻은 저들을 전부 속 시원하게 쓸어버릴 착한 독재'에 대한 욕망을 부추길 겁니다.

사실, 저 역시 윤의 당선이, 그리고 ‘그 당’이 집권여당이 되는 미래가 두렵습니다. 그러나 윤이 아니라 이재명을 찍는 이유가 오직 그러한 공포심 때문만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한 표에 싣는 게 더 나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예를 들어 여성정책에 있어서는 심상정이 이재명보다 더 낫습니다. 심상정은 예일 뿐, 자신의 계급과 입장을 더 잘 반영하는 다른 제3의 후보에 힘을 실어주는 것 역시 가치 있는 선택입니다. 당선이 되지 않는다 해도 득표율은 그 후보가 표방하는 가치를 대외적으로 증명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집결시킵니다. 무효표를 던지거나 투표를 포기하는 건, 아무 것도 나타내지 못합니다. 

전 내일 ‘착한 독재’를 거부하는, 민주주의의 약점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향하는 사회의 시민이 되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그리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최악의 가능성이 현실이 된다 해도 윤이나 ‘그 당’ 의원들, ‘그 당’ 친화적인 고위 관료와 언론은 미워할망정 동료 시민들끼리는 너무 증오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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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내 좌파로서의 이상이 실현되리라고 믿지 않는다. 그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리라고 믿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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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참가 문제 때문에 어머니와 잠시 말다툼을 한 뒤 그냥 혼자 가기로 하고는 사촌들 차 얻어타고 대구에 가서 상 치르고 돌아왔다. 간만에 고종사촌 동생들도 만났는데, 1명은 거의 10년 만에 봐서 처음엔 잠시 못 알아봤다. 

 

아버지를 만나면 늘 화가 나고, 한편으로는 내가 아직도 아버지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복잡하다. 시골집 땅 관련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모양이라 그것도 신경 거슬리고.

 

화장장에서, 관을 쓰다듬으며 흐느끼는 고모부를 바라보며 나는 느끼지 않을 슬픔이라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사촌 여동생이 남편 곁에 붙어 서 있는 걸 보며, 그 역시 나는 느끼지 못할 위안이라는 생각을 좀 했다. 난 사람이 싫고, 혼자 살다 죽기를 원하기에.

 

심난한 2박 3일이었지만, 그래도 고모님의 영혼이 신 안에서 안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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