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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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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귀로 잠깐 들었던 것 뿐이긴 하지만, 주목할 만한 점이 2가지 있었다.

첫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재벌 교회의 폐단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었다. 불교가 그런 말썽을 일으킨 적은 없다, 차라리 스님들이 훨씬 더 낫다고 강변하는 내용이 우선 귀에 들어왔다. 말하고자 하는 바 자체는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지만, 불교에 대해 지나치게 이상화하여 접근한다는 인상이 강해서 전적으로는 신뢰하기 힘들다는 느낌이 앞섰다. 물론 그 목사님이 불교의 예를 드신 건 한기총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기형적 대형 교회 체계의 악습과 비교하여 그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부적절한 접근법이었다고 보인다. 물론 불교는 훌륭한 종교고, 수신과 절제, 자비를 말하는 그 교리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호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식의 판타지를 갖는 것은 결국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불교에 대해 별로 이해를 갖지 못한 신자들이 저 설교만 듣고 '불교는 성직자가 타락하는 경우가 없거나 극히 소수의 예외적인 경우로구나'라는 막연한 인식만을 가지고 있다가 역사적으로 불교라는 종교 안에서 나타난 악과 타락을 접하게 된다면 목사에 대해 불신하게 되는 정도를 떠나 신앙 자체를 회의하게 될 수 있다. 그것 자체는 사실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개신교는 천주교에 비해 목회자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강하고, 지금껏 유지해 온 목회자에 대한 믿음과 자신의 성실성을 지키기 위해 그러한 사실 자체를 외면하게 될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그 신자는 맹목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맹목은 악을 낳는다.

반복된 회의와 성찰은 정-반-합을 통해 변증법적으로 신앙을 성장시킨다. 그것은 항상 현재진행형이며, 멈추지 않음으로서 가치를 갖는다. 나의 '믿음'이 그런 식으로 자랐다. 부정적인 형태로는 물론 긍정적인 형태로라 해도, 사실과 동떨어진 인식은 언제나 결국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 목사님의 설교를 처음부터 주의깊게 들어본 건 아니지만, 일단 첫 인상은 썩 긍정적이지 못했다.

두번째는,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거듭된 강조였다. 사실 이 지상에 속한 인간의 삶은 한 순간에 지나치는 짧은 순간에 불과하며 진정한 신자이기 위해서는 이 지상이 아니라 하늘에 속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은 천주교와 개신교는 물론 동방 정교회를 포함하는 기독교 전반에서 공히 나타나는 사상이다. 그리고 세속적인 부와 권력을 탐하는 재벌 교회에 대한 강한 비판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고. 사실 신학적으로는 정말 경건한 목자다운 태도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다.

인간이 이 지상에 속해 있는 존재인 이상, 적어도 죽을 때까지는 人間으로서 살아가는 게 온당한 이치가 아닐까. 무엇보다도, 지상에 속한 것들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은 지금 인간이 속한 채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의 어둠에 대한 무관심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수도 있다. 박정희의 압제를 피해 명동 성당으로 피신한 이들 앞에서 전경들을 막아선 채 그들을 꾸짖던 고 김수환 추기경께서 한 일이 무엇인가? 김용철 변호사를 삼성 공화국의 권위로부터 피신시키고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던 정의구현 사제단 신부님들이 보여준 것이 무엇인가?


.........

일단 어머니가, 내가 걱정했던 것과 같은 망가지고 뒤틀린 형태의 개신교에서 '희망'을 발견하신 것 같지는 않다. 일단은 다행스럽다. 아무튼 그 설교하시는 목사님도...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100909023409562&p=hankooki

...이런 작자보다야 나아 보이고 말이지(ㅅㅂ 벌금 50만? 까구 있네, 장난하냐?)

하지만 지금의 이 세상은 '악'은 뚜렷하되 '선'은 희미한 곳이다. 여전히 약간은 우려스럽다,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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