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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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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로 개종하실 모양이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마음의 평화를 발견했다고 하신다.

나는 반대할 권한이 없다. 나도 스스로를 천주교 신자라고는 여기지만 그것은 형식 상일 뿐, 내가 섬기는 신의 본질은 인간이 만든 교리 속에 우겨 넣을 수 없고 훨씬 멀고 심오한 데 있으며 따라서 굳이 '기독교'라는 형태의 종교 안에서만 구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정통 교리 상으로 보자면 그러한 내 사고방식은 확실히 독신 내지 이단이 맞다. 굳이 신학적 차원까지 가지 않더라도 불합리한 부분이 있고-.

개인적으로 개신교에 대해 부정적이긴 하지만 그것도 교리 자체 때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세속적인 이유에 의한 것이다. 2000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 전 세계로 영향력을 확장해 가는 동안 교황청을 정점으로 하는 일원화된 교단 체계를 유지해 온 천주교는 본질적으로 보수적이고 권위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성직자들의 교육 역시 검증된 절차를 통해 엄격히 이뤄지며, 서품을 받은 이후로는 중앙에서 개인적인 생활에 필요한 장소와 물품 등을 지원해 주고 교회 건물의 유지보수 등도 중앙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성직자들의 개인적인 타락이나 외도가 어렵다-적어도 금전적으로는-.
 
그러나 개신교는 다르다. 개신교는 만민 사제론을 따르며, 천주교처럼 중앙집권적이지 않다. 그 방식에 있어서도 목사 개인의 인품과 설교 능력 등을 통해 신도들을 유치해 교세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형태를 가지며, 천주교처럼 '중앙'이 지원해 주는 게 없다. 이러한 방법은 목사가 보다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형태로 교리를 해석할 수 있으며, 폐쇄적인 천주교에 비해 혁신이 이뤄질 여지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목사로 하여금 '신도들을 신께 이끄는 목자'인 동시에 '교회 건물과 신자들을 관리하고 교세를 펼쳐야 할 세속적인 경영자'라는 상호 모순성 강한 위치에 서게 만든다. 그리고 후자로 무게추가 기울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으며, 개인적으로는 그 경우의 해악이 천주교의 교리적 보수성-낙태 반대와 동성애 금지로 주로 나타나는-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어머니의 결정에 대해 반대할 권리가 없다. 스스로가 진정한 천주교 신자라고 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며, 타 종교에도 구원의 여지가 있다고 믿는다. 게다가 현실적으로도 개신교라고 해서 전부 저 악명 높은 순복음 교회를 비롯해 '명백히 타락한' 교회들 뿐이라고는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마음 속 한 구석에서 위화감이 떠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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