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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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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이야기가 지나치게 어둡지 않은가?


A:딱히 일부러 어둡게쓰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다만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 애초에 이 작품의 방향 자체가 특별한 힘을 가진 사람이나 초자연적 존재가 실존하며 역사나 사회 현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하되, 그 영향력이나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한정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이런 놈들이or 이런 현상이 진짜로 있지 않을까 하는 역설적인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아무튼 그건 차지하고예를 들어 새뮤얼 같은 경우. 그는 나이가 50이 넘도록 반평생 동안 인권운동을 해 왔다. 그에 대해 디테일하게 과거사를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그 동안 실패나 좌절을 겪은 적이 없을 리가 만무하다. 가끔은 자신이 좋은 의도로 돕고자 하는 사람들끼리도 별 같잖아 보이는 이유로 싸우거나 자신한테 어느 편이냐고 윽박지르는 꼴도 당해봤을 테고, ‘과연 이 고생을 해가며 이 사람들을 도울 가치가 있는지회의도 숱하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이 일을 해왔다. 온갖 한계와 모순에 직면해 가면서도 그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을까? 새뮤얼 재퍼드라는 인간은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해왔을까


숱하게 생각해 본 결과 내린 결론은, ‘새뮤얼은, 이상을 따르던 인간이 변질되거나 타락하는지의 여부와 그 이상 자체가 과연 올바른지의 여부를 엄격히 구분하고 만일 후자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그런 변질이나 타락을 아무리 많이 접하더라도 끝까지 그 이상을 추구하는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현실에서도 사회운동 오래 한 사람들 중에서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의식적으로 어둡게쓸 생각이었다면 후반에 예정되어 있는 총격전과 대규모 사망 이후 그의 신념이 깨지고 좌절한 나머지 타락하는 방향으로 썼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일을 하며 이미 좌절이나 실패 역시 여러 번 겪어 본 사람이고, 그 사건이 그의 신념을 꺾을 정도는 아니라고, 음, 물론 무척이나 슬프고 고통스럽긴 하겠지만 마음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새뮤얼은 최후까지 자신의 그 이상과 신념을 관철하다가 죽을 것이다. 작위적으로 상황을 시궁창으로 이끌어간다고 해서 있을 법한이야기가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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