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친하던
정확히는... 내가 아직 '인간'이 되고 싶어서 헛되고 무의미한 노력을 하던 시절 친하던 선배에게 톡이 왔다. 그냥 잘 살고 있나 싶어서 연락했다더라.
프로필 사진을 보니 결혼하고 최근 자식도 낳은 것 같았다. 축하한다고 하고, 몇 마디 간단히 인사를 주고받았다. 조만간 한 번 보자고 했지만, 아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한 때 나는 인간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더 없이 간절히,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했다. 그리고 그 노력들은 전부 하찮고 무의미한 것이 되었다. 그래서 죽으려고 했다가 그마저도 실패했고, 그 이후로는 나와 친구 비슷한 사이이던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게 되었다. 이 사람들이 내게 보인 우정과 신뢰도, 그렇게 얄팍한 게 아니었을까? 한 때는 나름 진심으로 날 친구라고 여겼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저마다 자신의 삶이 있고 다른 친구들이 있을텐데, 내가 이런 구질구질한 감정 드러내며 질척대면 귀찮아하지 않을까?
물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제 사람의 진심과 선의 같은 건 하찮은 거라고 생각하게 됐다. 내 진심과 선의는 특히 더.
인정한다. 난 어쩌면 오직 나만의 일방적인 착각일지도 모르는 우정을 느낀 옛 친구들이 지금도 그립다. 아직도 가끔 그 친구들과 함께 웃음과 이야기를 나누는 꿈을 꾼다. 그러나 그 옛 친구들과 다시 연락해서 얼굴을 보고, 안부를 묻고, 쌓인 이야기를 주고받고, 술과 웃음을 나누기엔 내가 나쁜 쪽으로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다들 잘 살겠지. 그립다.
옛 친구들이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
그리고 나는 빨리 죽어 無가 되길 원한다.